10시간40분 고강도 조사… 尹 진술도 영상녹화도 거부

입력 2025-01-15 18:55 수정 2025-01-16 00:37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영장이 집행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재기자들이 모여 있던 정문 대신 후문으로 이동했다. 과천=이한형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10시간40분에 걸쳐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공수처 질문에 모두 진술을 거부했다.

공수처는 이날 정부과천청사 338호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오전 11시부터 피의자 신분인 윤 대통령을 조사했다. 당초 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오동운 공수처장 등과 조사 전 티타임을 가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티타임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수처가 티타임을 제안했으나 윤 대통령 측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는 이재승 차장검사가, 2시40분부터 4시40분까지는 이대환 부장검사가, 이후 차정현 부장검사가 교대로 맡았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차장검사도 직접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차장은 사법연수원 30기로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보다 7기수 아래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김홍일 윤갑근 송해은 변호사로 구성됐다. 모두 강력통·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윤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청사 3층 영상녹화가 가능한 곳에서 조사받았지만 윤 대통령 측 거부로 녹화 없이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실 크기는 일반 피의자들이 조사받는 곳과 비슷한 6.6㎡(2평) 크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조사실 건너편 방에는 소파가 있는 휴게 공간이 마련돼 있다.

공수처는 200쪽 이상의 질문지를 준비했고 비상계엄 사전 모의부터 세부 실행까지 전 과정을 신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질문은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는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였다. 공수처 검사들은 예우 차원에서 윤 대통령을 ‘대통령님’이라 호칭하며 조사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점심 식사로 도시락을, 저녁으로는 된장찌개를 먹었다. 저녁 식사 후 오후 7시 재개된 조사는 오후 9시40분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는 불법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모든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는데 이들 중 조사 전 과정에 걸쳐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017년 3월 21일 오전 9시25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14시간가량 조사받았고, 밤새 조서를 검토한 후 다음 날 오전 6시54분 청사 밖으로 나왔다.

공수처는 16일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권자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입장을 직접 개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검찰과 최장 20일인 구금기간을 열흘씩 나눠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 측은 16일 열리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윤 대통령 출석이 어려워지자 헌재에 변론기일 연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