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되기 직전 “이것도 정치 아니겠나… 잘 싸워 달라”

입력 2025-01-15 18:50 수정 2025-01-16 00:11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이후 조사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이송되기 전 관저에서 녹화 영상을 통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체포영장 집행 직전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이것도 다 정치 아니겠나”라며 그간의 소회와 함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심경, 국민의힘에 대한 당부 등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검사가 체포영장을 제시하기 전 관저에서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 등 30여명과 1시간30분가량 면담했다.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관저 1층 접견실의 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았고, 일부는 자리가 부족해 선 채로 윤 대통령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는 별다른 말 없이 10분가량 동석했다가 방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김 여사의 안색이 너무 안 좋았다. 굉장히 아픈 사람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면담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윤 대통령도 굉장히 피곤해 보였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일부 인사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큰절을 한 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괜찮다, 괜찮다”며 우는 참석자들의 등을 토닥이면서 “나 혼자만 들어가면 되는데, 사람들이 다 고생한다”고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여기(관저) 있으나, 저기(공수처) 있으나 마음대로 못 돌아다니는 건 매한가지인데 차라리 들어가는 게 낫다”고 언급하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나라가 종북좌파들로 가득 차 위기다. 나라가 이 꼴인데 남은 2년반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파 사법 카르텔들이 얼마나 무도하고 무서운지 오늘 실감하게 되는 날”이라며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면담 말미에 “여기 남아있는 여러분들이 당과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앞으로는 국민의힘이 더 전투적으로,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 등의 당부를 남겼다. 윤 대통령은 특히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여당 지지율을 거론하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잘 싸워 달라”고 했다고 한다.

관저 주변에서 밤낮으로 열렸던 시위도 화제로 올랐다. 윤 대통령은 유튜브를 통해 집회에 참석한 2030세대를 지켜봤던 일을 설명하며 “상황이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유민주주의가 앞으로도 희망이 있다” “청년들이 우리나라의 실상을 제대로 알게 되고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지 않겠나”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방문한 정치인, 대통령실 직원 등과 일일이 악수하며 “추운 날씨에 고생 많다. 미안하다”고 위로했다. 관저를 나서기 직전에는 “(반려견) 토리 좀 보고 가야겠다”며 2층 방으로 가 10여분 간 시간을 보냈다. 이 방에는 김 여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고지를 받고 관저 앞에 대기하던 경호차량에 탑승하면서 “힘내시라”는 의원들의 인사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