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뼈말라’ 브랜드 韓 상륙… 극단적 다이어트 부추기나

입력 2025-01-16 02:02
글로벌 의류 브랜드 브랜디멜빌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의류 제품들을 깡마른 모델들이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멜빌은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만든 브랜드로 2009년 미국에 첫 매장을 열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브랜디멜빌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깡마른 체형만 입을 수 있는 옷을 파는 브랜드가 있다. 글로벌 제조·직매형(SPA) 브랜드 ‘브랜디멜빌’이다. 엑스스몰(XS)과 스몰(S) 사이즈 제품만 파는 브랜디멜빌이 국내 상륙했다. ‘마른 체형만 미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비판과 유행에 민감한 10대에 과도한 다이어트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브랜디멜빌은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한국 첫 매장을 오픈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홍콩에 이어 네 번째 진출국이 됐다. 브랜디멜빌은 현재 ‘미국 10대가 가장 열광하는 브랜드’이면서 ‘브랜디헬(hell·지옥)빌’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브랜디멜빌이 일으키는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원 사이즈 정책’이다. 스몰 이하 제품만 출시하는 것에 대해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랜디 멜빌의 옷을 입을 수 있는지 여부가 인기의 척도나 특권으로 여겨진다. 마케팅 전략이 외모 차별주의를 가속화한다”고 지적했다. 브랜드멜빌의 한국 상륙이 우려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거식증을 선망하는 ‘프로아나’(pro-anorexia)에 휩쓸리는 아동·청소년이 증가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프로아나는 ‘먹토’(먹고 토한다)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체중을 줄이는 현상을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섭식장애 진료 현황에 따르면 10대 이하 여성 거식증 환자는 2018년 275명에서 2022년 1874명으로 97.5% 증가했다. 다이어트약을 과다 복용해 약물중독에 이르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온다.

지난해 미 방송사 HBO에서 방영된 브랜디멜빌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매일 전신사진을 찍어 대표에게 보내야 했고 외모 기준에 맞지 않으면 해고됐다”는 직원들의 주장도 담겼다.

브랜드멜빌은 인종차별 의혹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장 내부에서는 백인 직원만, 비백인 직원은 계산대 뒤나 창고에서 일하도록 해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 첫 매장에서도 ‘한국어 불가한 직원’을 배치하고 ‘반품 불가’ 정책을 앞세워 비판을 받고 있다. 주로 외국인을 상대하는 직원이라지만 한국인 쇼핑객을 응대하지 못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브랜드멜빌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최근 매장을 방문해 브랜드멜빌 상품을 구매한 박모(24)씨는 “블랙핑크 제니와 로제 등이 입으면서 입소문이 탔던 터라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많더라”며 “44~55 사이즈 정도면 무난히 입을 수 있지만 조금만 더 살찌면 못 입겠다 싶었다”고 했다.

지나치게 작은 사이즈의 옷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프리사이즈’ 여성 의류들이 실제로는 M사이즈보다 작은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부족한 자본의 소규모 브랜드들은 생산과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소수의 사이즈로만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다양한 사이즈 도입과 젠더리스 의류 등을 만드는 노력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