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오미가 가성비 전략을 내세워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한다.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럽 등 다른 나라보다 30만원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샤오미코리아는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 지사 설립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마트폰, TV, 로봇청소기 등 신제품 출시 계획을 밝혔다. 샤오미의 프리미엄 폰 ‘샤오미 14T’ 출고가는 59만9800원(256GB 기준)이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가격(약 97만원)보다 약 37만원가량 저렴하다.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AI 검색 기능 ‘서클 투 서치’가 적용돼 프리미엄 사양을 갖췄다. 오는 22일에는 중저가 스마트폰 ‘레드미 노트 14 프로 5G’를 출시한다. 가격은 256GB 기준 39만9300원이다.
조니 우 샤오미코리아 사장은 국내 진출 이유에 대해 “우리는 한국에서 상당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샤오미 온라인 카페의 회원 수는 51만5000명을 넘는다”며 국내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도 밝혔다.
업계에선 샤오미가 최근 한국에서 로봇청소기 등 중국산 가전제품이 잘 팔리자 스마트폰 시장도 본격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본다. 현재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는 샤오미가 초기 투자한 중국 업체 로보락이다. 샤오미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키운 것도 국내 시장 공략 배경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샤오미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6850만대로 전년 대비 15.4% 늘었다.
그러나 샤오미가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단기간에 점유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점유율이 70~8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대리점이 당장 재고 부담을 무릅쓰고 샤오미 제품을 대량 판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 사후관리(AS) 문제로 중국 제품을 불신하는 분위기도 남아있다. 샤오미 측은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업로드되기 전 비실명화 처리하고, 중국 서버로 전송되지 않는다”며 “공식 채널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완벽한 AS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오미가 양강 체제로 굳어진 국내 스마트폰과 가전 시장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샤오미는 32인치부터 100인치에 이르는 TV 신제품도 내놨다. 가격은 18만8000~299만8000원으로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의 공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은 경쟁사들이 긴장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