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와 관련해 “한국 국민을 지지하며 한국 정부와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다소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주요 외신들은 윤 대통령 체포 관련 기사를 홈페이지 톱뉴스로 배치하고 속보를 실시간 타전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 체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국민일보 질의에 “미국은 한국 국민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우리는 법치주의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하며 대한민국과 그 국민이 헌법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기울인 모든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및 대한민국 정부와 협력할 것을 계속 약속한다”며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강력함에 대한 미국의 신뢰와 대한민국 방어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15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 체포 관련 질문을 받고 “다른 국가 내정에 대해 코멘트를 삼가겠다”면서도 “한국에서의 움직임을 특별하고 중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파트너로서 협력해 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지금의 전략 환경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와 계속 긴밀히 의사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비상계엄 및 탄핵 사태를 상세하게 보도해온 니혼게이자이 마이니치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체포되자 일제히 긴급 속보를 쏟아냈고, 최신 기사를 홈페이지 최상단에 배치했다. 오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뉴스를 편성한 NHK는 윤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나 이동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주요 혐의를 설명하고 향후 정세 전망을 보도했다.
CNN은 윤 대통령 체포에 대해 “지난달 수세에 몰린 대통령이 충격적인 계엄령 선포로 시작해 수주에 걸쳐 벌인 정치적 결전의 가장 최근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요새화된 관저에 머물며 체포를 피해 왔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한남동 집회 현장과 두 번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 장면 등 계엄 선포 이후 한국의 혼란을 1분42초짜리 영상으로 요약하면서 “한국의 법 집행기관과 대통령 지지층 사이의 대치가 종료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 179명의 사망자를 낸 항공 사고까지 여러 결정적 순간을 맞은 한국이 리더십 위기로 마비됐다고 진단했다. BBC는 한남동 집회의 구호 경쟁, 경찰과 대통령경호처의 대치 등을 조명하며 “위기가 한국의 분열을 드러냈다”고 짚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