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카드 무이자 할부 혜택… 내수 더 위축 우려

입력 2025-01-16 01:33

30대 A씨는 최근 신용카드로 가전제품을 사려다 무이자 할부가 3개월까지만 된다는 말에 당황했다. 카드사들이 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되살렸다는 뉴스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A씨는 이자를 감수하고 6개월 할부로 결제했다. 최근 고물가에 실소득이 줄어 당장 통장에 큰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서였다.

15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달 말 5~6개월로 늘린 무이자 할부 기간을 이달 다시 2~3개월로 축소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까지 백화점 업종에 적용된 무이자 할부 기간을 5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신한카드도 온라인 쇼핑과 손해보험 등에서 5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했지만, 3개월로 기간을 축소했다.


우리카드와 BC카드도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였다. 이날 기준으로 8개 카드사(신한 삼성 현대 KB 롯데 하나 우리 BC) 가운데 6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곳은 없다.

지난해 말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고객 혜택을 늘렸다고 홍보한 카드업계가 회사나 대상 업종에 따라 짧게는 한 달여 만에 혜택을 축소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카드 수수료 개편에 따라 영세 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이 기존 0.5%에서 0.4%로 인하돼 발생할 수익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업계는 이번 카드 수수료 개편으로 연 3000억원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이자 할부 기간이 짧아지면 소득이 넉넉지 않아 장기 할부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 반면 카드사 수익은 오히려 늘어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개월 할부 혜택이 없었던 지난해 3분기까지 카드사 8곳의 누적 할부 수수료 수익은 약 2조5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늘었다.

중산층부터는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로 소비를 줄이게 돼 내수 경기 부양이라는 정부 정책과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싼 가전제품은 보통 할부로 사는데 예상치 못한 이자 수수료를 내라고 한다면 비용 절감 욕구가 세져서 구매를 안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신용카드 승인율과 통계청 소매판매액 지수는 상관계수가 ‘0.897’로 높다.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하락했다. 21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자동차와 가전, 음식료품 등 모든 분야에서 소비가 줄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