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 달간 주식·채권 5조7000억 팔았다

입력 2025-01-16 01:08

지난달 한국 주식·채권시장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약 5조7000억원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4개월 연속 순유출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탈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38억6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2020년 3월(-73억7000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말 평균 원·달러 환율(1472.5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5조6839억원에 달한다. 순유출은 한국 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시장 이탈은 4개월째 지속 중인데, 지난달 이탈 규모가 확대된 건 주식자금 순유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채권자금까지 순유출로 전환한 때문이다.


전체 증권투자자금 중 주식투자자금은 25억8000만 달러 순유출돼 5개월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한은은 “국내 반도체 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는 가운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글로벌 금리 인하 지연 우려 등으로 주식자금 순유출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채권투자자금도 12억8000만 달러 순유출돼 9개월 만에 순유출로 전환했다. 연말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가 둔화한 가운데 국고채 만기상환, 낮은 차익거래 유인 지속 등이 영향을 끼쳤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도 한몫했다고 본다. 정치적 혼란에 따른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 외국인들의 채권 투자 비중을 낮추게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 매도세가 일시적일 순 있지만 정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지금 같은 ‘셀 코리아’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이날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4000억원 감소한 1141조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3월(-1조7000억원) 이후 9개월 만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폭이 줄어든 게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주담대는 지난달 902조5000억원으로 8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11월 증가 폭(1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 지난해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41조6000억원 늘었다. 전년 10조1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컸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