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가 복음이다

입력 2025-01-17 03:07

사람들은 갈등 없는 인생을 원하지만 갈등은 허락을 구하지 않고 찾아온다. 불청객인 갈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해야 할까. 이 책은 국제조정 분야 전문가로 니카라과 소말리아 북아일랜드 콜롬비아 네팔 필리핀 등 세계의 분쟁 지역에서 중재와 지원에 매진한 저자의 화해 지침서다.

저자는 갈등에 관한 생각의 오류부터 바로잡는다. “태초에 갈등이 있었느니라”는 선언에서 그는 창세기 1장의 창조 이야기에 이미 갈등 신학이 내포됐다고 풀이한다. 갈등이란 하나님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연스러운 정체성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야곱과 에서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책의 2장은 의미심장하다. 갈등의 시작과 회피, 돌아섬과 만남, 화해의 모든 과정에서 결국 화해란 ‘하나님의 얼굴을 향해 돌아서는 여정’이라고 역설한다. 야곱뿐 아니라 에서의 고통도 헤아린다. 굴욕적인 경험과 훼손된 존엄성, 상실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한 에서처럼 상처받은 이에게 다가가는 연민이 화해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얍복강 앞에선 야곱의 마음은 어땠을까. 형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던 야곱의 불안은 벼랑 끝에 선 인간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동이 틀 때까지 몸이 으스러지도록 ‘한 남자와 씨름’ 했던 야곱을 통해 저자는 진정한 화해에 도달하기 위해 세 개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기 자신’ ‘상대방’ ‘하나님’과의 만남이다. 이들 만남을 통과할 때 비로소 화해의 빗장이 열린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시편 85편을 인용한 6장 또한 인상적이다. 진실과 자비의 만남, 정의와 평화의 ‘입맞춤’이야말로 화해의 춤을 펼치는 무대가 된다는 게 핵심이다. 진실 자비 정의 평화가 어우러지는 참된 회복이 곧 복음의 메시지라는 의미다.

화해에 이르고자 진심으로 갈망하는가. 배제와 포기, 축출과 대립으로 파국의 갈등을 방치하고만 있는가. 책은 우리에게 “예언자적 눈과 목소리”를 갖추고 화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되 끝없이 실천하는 담대한 여정으로 나가라고 격려한다. 세상은 여전히 갈등과 폭력, 전쟁으로 얼룩져 있다. 이 척박한 땅에서 우리의 사명은 만물의 화해를 위해 일하는 하나님과 하나 돼 진실과 자비, 정의와 평화의 손과 발로 움직이는 것이다. 고통받는 자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아름다운 화해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꿈임을 알려준다.

강경희 대표<갤러리지지향,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