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와 달리 경호처 저항 없었다… 약 6시간 만에 신병 확보

입력 2025-01-15 18:50 수정 2025-01-16 00:16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한 지 약 6시간 만에 윤석열 대통령 신병을 확보했다. 1차 체포영장 집행 때와는 다르게 대통령경호처는 영장 집행을 저지하지 않았다. 정문을 통과한 지 약 30분 만에 관저 건물 앞에 도착했고 변호인단과 2시간여 동안 협의한 끝에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이날 오전 3시20분쯤 경찰은 3200여명을 투입해 6000여명에 달하는 집회 참가자로 꽉 막혔던 관저 진입 경로를 확보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탄 차량은 오전 4시28분쯤 관저 정문 앞에 도착했다. 이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인원이 합류했다. 공수처는 오전 5시10분쯤 윤갑근·김홍일 변호사 등 대리인단에 체포·수색영장을 제시했다. 영장에는 ‘피의자는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체포 요건이 되지 않는 여야 대표 등을 불법 체포하게 했다’ ‘개인 휴대전화를 꺼놔 위치추적이 어려워 관저, 사저, 안전가옥을 수색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있다.

국민의힘 의원 30여명과 대리인단이 공수처 관계자들을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관저 뒤편 매봉산 등산로로 이동하는 공수처와 경찰 수사관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2시간여 대치 끝에 공수처와 경찰은 입구에 설치된 철조망을 제거하고, 경호처 관계자에게 영장을 제시했다. 이후 사다리를 이용해 정문과 내부에 배치된 7중 차벽을 넘는 등 오전 7시30분쯤 1차 저지선 돌파에 성공했다.

관저 내부 언덕을 오른 공수처와 경찰은 오전 7시48분 대형버스 1대로 이뤄진 2차 저지선도 우회하는 방식으로 통과했다. 공수처와 경찰은 오전 7시57분쯤 윤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동 철문 앞 초소에 도착했다. 1차 집행 땐 이곳에서 수백명의 경호처 직원이 인간띠를 만들고 진입을 막았지만 이날은 별다른 저지를 받지 않았다. 차정현 부장검사 등 공수처 인원 일부가 윤 변호사 등과 함께 관저동 안으로 들어가 영장 집행에 관한 협의를 진행했다.

2시간가량 협상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공수처 측은 체포영장 집행 방침을 고수했고 오전 10시33분 윤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날 영장 집행에는 모두 4300여명의 경력이 투입됐다. 공수처에 파견된 형사 570여명, 경찰청·서울경찰청·인천경찰청·경기북부경찰청·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대 450여명, 인천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형사기동대 100여명 등이다. 관저 인근에는 기동대 54개 부대 약 3200명이 배치됐다. 경찰은 진입을 위해 절단기, 사다리 등의 장비를 사용했으며 문을 부수는 등의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소환 통보에 세 차례 불응한 ‘강경파’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을 오는 17일, 18일 각각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이들을 체포할 계획이었지만 윤 대통령 측 요청을 받아들여 체포하지 않았다. 경찰은 두 사람을 포함해 1차 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로 입건된 경호처 전현직 지휘부 5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재환 신재희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