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끝내 체포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다.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직 대통령이라도 헌정질서에 반하는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수사를 받고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다는 것을 분명히 일깨워준 장면이다.
윤 대통령 체포는 당연한 수순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위법적인 계엄을 선포하고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의 총책임자로 지목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특히 무장 군인을 투입해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고, 일체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시키고 모든 언론 활동을 통제하겠다는 포고령도 발표했다. 계엄 참여 지휘관 조사과정에서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경고성 계엄’이라거나, ‘불과 몇 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됐는데 어떻게 내란이냐’며 잘못을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2차례나 발부했는데도 체포 직전까지 관저에서 버티며 정국 혼란을 가중시킨 책임도 크다. 그렇게 법 집행에 저항하다 수사당국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갔으니 제일 안 좋은 모양새로 체포된 셈이다. 그나마 체포 과정에서 우려됐던 공수처·경찰과 대통령경호처 간 큰 충돌이 없었던 점은 다행이다. 이번처럼 공권력을 가진 국가기관들끼리 물리적으로 대치하는 일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체포 뒤 공수처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윤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6번째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은 대통령이 됐다. 현대사의 부끄러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첫날 조사에서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 낸 입장문에서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됐고 공수처 수사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진술 거부는 법치 구현에 앞장서온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으로서 떳떳한 모습이 아니다. 윤 대통령 측 주장대로 잘못이 없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향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나 법정에서 잘잘못을 평가받으면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탄핵 사태와 관련해 찬성파와 반대파가 제각각 시위를 벌이는 등 국론 분열이 극심했다. 윤 대통령이 어제 체포됐고, 공수처 수사를 거쳐 법의 심판을 앞두게 된 만큼 더는 광장에서 싸우고 대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직 대통령 체포를 법치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고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로 삼아야지, ‘갈등과 분열 2라운드’로 만들어선 안 된다. 찬반 양쪽 모두 법치 프로세스를 받아들이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민주주의가 온전히 회복되고 실추된 국격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도 갈등과 혼란을 조장해선 안 된다. 돌이켜보면 여야의 극단적 대립과 ‘정치 실패’가 탄핵 사태를 낳은 꼴이 됐다. 그렇기에 윤 대통령 체포는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정치권 모두의 패배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있어선 안 된다. 그러려면 대립의 정치를 청산하고 협상하고 타협하는 정치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한다. 비상시국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나라 안팎의 도전과제들을 감안하면 어쩌면 앞으로 더 어려운 국면이 다가올 수도 있다. 이럴 때 여야가 민생 정치의 본분을 다하고 힘을 합해야 나라가 흔들리지 않는다. 여야정 모두 지혜를 모으고 비상한 각오로 위기 극복에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