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알뜰폰(MVNO)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알뜰폰 요금제 인하와 업체별 차등 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이어 진출이 무산된 제4이동통신사 도입을 미루는 대신 알뜰폰 업체에 대한 실질적 지원으로 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과 신규사업자 정책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로 오는 7월부터 공시지원금 제한이 없어지면 지원 여력이 큰 이동통신 3사로 가입자가 쏠릴 것이란 우려에 나온 대책이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알뜰폰 사업자가 망 이용 대가로 이동통신 3사에 지급하는 도매대가를 최대 52% 인하하기로 했다. 데이터 도매대가를 1MB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36% 낮추고, 연 단위로 대규모 선구매 계약을 맺으면 추가로 가격이 낮아진다. 회선별로 1400원씩 부과됐던 기본 사용료 역시 매년 100원씩 인하해 1100원으로 낮춘다. 이를 통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1만원대에 5G 데이터 용량 20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출시될 전망이다. 현재 20GB 용량의 알뜰폰 요금제는 2만원대 초중반대에 형성돼 있는데, 1만원 가까이 저렴해지는 셈이다. 가장 많은 사용자가 집중된 20~30GB 구간 요금제가 저렴해지면 알뜰폰을 선택하는 이용자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전산 설비를 갖춰 자체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는 ‘풀MVNO’ 업체 육성 방안도 꺼내 들었다. 현재 국내에는 풀MVNO 사업자가 없다. 설비에 투입하는 자본 대비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서다. 정부는 풀MVNO 업체에 설비투자를 위한 정책 금융을 지원하고, 이통 3사 모두에 전기통신서비스 제공 의무를 부과해 도매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다.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의무화하고 신규 사업자 자본금 기준을 10억원으로 올리는 등 사업 조건 강화를 통한 옥석 가리기도 진행한다.
정부 대책에 대한 알뜰폰 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풀MVNO 유도, 연 단위 계약을 통한 알뜰폰 업체 협상력 강화, 최소 사용료의 단계적 인하 등 업계가 요구해온 내용이 대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 36% 일괄 인하는 역대 최다 폭”이라며 “제공 데이터를 소진한 후에도 속도를 제한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품 확대 등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매대가 인하 부담을 떠안는 이동통신 3사는 ‘울며 겨자먹기’ 심정이다. 대형 통신사 관계자는 “상생협력 차원이라 받아들이지만 수익 악화는 자체적으로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7차례 실패한 제4이통사 도입은 더이상 정부 주도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풀MVNO 업체들이 자체적인 고객 관리·요금제 설계 능력을 축적한다면 향후 신규 이통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