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괴뢰한국이 붕괴될 조짐”이라며 강도 높은 민방위 훈련을 실시하면서 전방위 동원 태세 유지를 지시했다는 현지 주민 증언이 나왔다. 탄핵 정국과 윤석열 대통령 체포 등 남측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활용해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14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0일 도·시·군 당위원회 민방위부를 통해 도내 모든 기관·기업소들에 ‘괴뢰한국의 정세가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조성되고 있다. 고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면적인 민방위 훈련을 실시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이에 따라 오는 22일부터 5일간 실전처럼 훈련을 진행하고 종료 후 훈련 동원 실태 등 결과를 점검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같은 지시는 남한의 혼란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해 체제 안정성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에도 “괴뢰한국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가 연발하고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급되면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정치적 혼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15일 “민방위 훈련은 내부 단속 용도로 볼 수 있다”며 “남한의 탄핵 정국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을 알리지 않는 상황에서 접경지역이 아닌 곳까지 지시가 내려왔다면 공격 용도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동원 태세와 함께) 일상적인 사업과 생활, 생산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여전히 대남 전략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전시 등 급변 상황을 감안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를 이끌던 리선권이 ‘부장’ 직위를 유지한 것을 보면 관련 조직은 축소되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라며 “평화·통일을 포기한 대신 전시 상태로서 대남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평양 고위 소식통도 데일리NK에 “한국에서 활동하는 10국(변경된 통일전선부의 명칭) 서울지구당원들의 활동이 물밑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