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5일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선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불법 체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반대쪽에선 일제히 환호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전날 밤부터 한파 속 집회를 이어갔고 “공수처는 물러가라” “이재명 구속” 등을 외쳤다. 공수처 수사팀 차량이 오전 4시20분쯤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하자 고성이 쏟아졌다. 공수처와 경찰은 오전 5시45분쯤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이 지지자들과 함께 관저 입구 앞에 5~6줄로 늘어서 만든 ‘인간띠’를 뚫고 진입을 시도했다.
공수처와 경찰의 진입이 시작되자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이들은 “경찰 힘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오전 10시37분쯤 대통령 관저를 빠져나가고 체포에 투입됐던 경찰들이 밖으로 나오자 “고생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곧이어 체포영장이 오전 10시33분 집행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들은 순간 “와!” 하며 서로 얼싸안았다.
반면 지지 집회 현장은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찬물을 끼얹은 듯 일순간 조용해졌다. 이내 곳곳에서 분노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한 남성은 흥분한 듯 몸에 힘을 실어 바리케이드로 돌진했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윤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며 대통령경호처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지지자는 좌절한 듯 연신 한숨을 내쉬다가 눈물을 쏟았다.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북을 치며 “대통령님, 저희가 왔습니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최모(75)씨는 충남 천안에서 대통령 관저 쪽으로 가다가 체포 소식이 알려진 후 과천으로 목적지를 바꿔 왔다고 했다. 그는 “오늘 여기서 밤을 새울 것”이라며 “대통령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김모씨는 “직무정지가 됐다 해도 한 나라의 수장인데 불법적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건 크게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 10여명도 청사 앞에 와서 집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들을 향해 “중국 사람이 왜 오냐” “빨갱이는 나가라”고 소리쳤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5분쯤 정부과천청사 부근 녹지에서 한 60대 남성이 분신을 시도했다. 이 남성은 전신 3도 화상의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송태화 성윤수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