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어가는 소녀가 버스에서 본 것

입력 2025-01-17 02:13

세인이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남들은 볼 수 없으면 더 잘 듣고 잘 느낀다는데 더 안 들리고 안 느껴지고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적응을 위해 엄마랑 지팡이를 들고 자주 다닌 곳을 걸어 다녔다. 계단 많은 곳을 익히고 버스 타는 연습도 했다. 어느 날 엄마는 점자도서관에 혼자 가보라고 했다. 두려웠지만 용기를 냈다.

‘보라보라 버스’에 올랐다. 신기하게 모든 게 잘 보였다. 다음 정류장에서 지팡이를 든 언니가 탔다.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더니 옆자리에 앉았다. 10년 만에 두 번째 버스를 탄다고 했다. 언니는 세인이처럼 1학년 때부터 눈이 안 보였다. 세인이 마음을 안 걸까. 언니는 “볼 수는 없지만 안 보고도 할 수 있는 게 많아질 거야. 우리는 볼 수 없어서 조금 느릴 뿐, 뭐든지 할 수 있어.” 언니는 미래의 세인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세인이는 이제 두렵고 우울해도 좌절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