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국방장관 지명자 “北, 핵보유국” 발언 파장

입력 2025-01-15 18:47 수정 2025-01-15 18:50
AF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피트 헤그세스(사진) 국방장관 지명자가 14일(현지시간) 북한을 ‘핵보유국(a 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해당 표현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헤그세스 지명자의 이날 발언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을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 대신 핵 동결이나 군축 수준의 ‘스몰딜’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헤그세스는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사전 제출한 답변서에서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지위, 핵탄두를 운반하는 미사일 사거리 증대에 대한 강도 높은 집중, 증대되는 사이버 역량은 모두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세계의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위협은 북한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과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을 하면서 스스로를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을 위반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르는 것을 자제하면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국방정책을 이끌 헤그세스가 북한에 대해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과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여겨질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헤그세스의 발언이 알려진 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외신 브리핑에서 “차기 안보팀이 그것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해 내가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는 이를 인정하는 데까지 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헤그세스는 청문회에서 “동맹과 파트너의 국방비 지출 증대와 부담 공유는 우리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중요하다”며 동맹의 비용 부담을 강조하는 트럼프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