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가 노벨사이언스상 세계평화봉사대상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학자 사기 진작을 위해 설립된 상에서 봉사 부문이 신설돼 이단 단체가 첫 수상자로 결정된 것이다. 이단·사이비 전문가들은 “이번 상이 포교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노벨사이언스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제8회 대한민국 노벨사이언스상 대상 시상식’을 열고 과학대상 과학기술대상 과학기술공로상 등을 시상했다. 위원회는 2021년 스웨덴 노벨재단으로부터 노벨이란 이름을 빌려와 노벨과학상 수상자 인재 양성을 목표로 과학계 원로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다.
논란의 중심은 이날 위원회 측이 하나님의교회 측에 시상한 세계평화봉사대상 부문이다. 세계평화봉사대상은 지난해 처음 신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1~7회까지 위원회 측은 과학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과학대상과 과학기술대상 등을 시상했는데 8회인 이번부터 세계평화봉사대상이 추가된 것이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노벨사이언스 관계자 A씨는 “노벨상은 과학 분야 외에도 평화상과 문학상도 있지 않으냐”고 반문하면서 “(노벨상의 취지에 따라) 자체적으로 (세계평화봉사) 상을 만들어 시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학 외 특히 종교 관련 분야는 잘 모르기 때문에 하나님의교회가 (한국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인 사실은 몰랐다”면서 “하나님의교회 피해자 측의 피해 여부를 떠나 내부 추천 자료와 앞선 수상 이력 등을 토대로 수상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상 철회 계획 등에 대해선 “내부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결국 노벨평화상을 따라 노벨사이언스상 세계평화봉사대상을 신설했고, 첫 수상자로 이단인 하나님의교회를 시상했다는 해명이다.
하나님의교회가 외부 수상을 강조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목적은 무엇일까. 이단·사이비 전문가들은 수상을 통해 정통성을 획득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하나님의교회가 사회봉사를 통해 관공서로부터 수상을 받고자 하는 노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하나님의교회가 상을 받으면 언론에 보도하고 다시 포교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탁 소장은 “하나님의교회 측은 실제 수상 이력들을 재판 증거자료로 활용한 적도 있다”고 밝히면서 “시상기관이 해당 단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단체란 사실을 명명백백 확인하고 시상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수상 이력이 다른 이들의 종교적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관련 기관의 공유 및 후속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