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유족들의 감사 인사

입력 2025-01-16 00:39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수습이 거의 마무리됐던 지난 5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선 정부의 마지막 브리핑 후 희생자 유족들이 경찰과 소방, 전남도 등 관계 당국 관계자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박한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분들이 처음에 욕도 많이 먹고 정말 고생 많이 하면서 저희를 도와주셨다”며 “이분들도 가족이 있으신데 그만큼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어 “이분들이 일주일 동안 집에도 못 가고 아낌없이 도와주셔서 사고 상황을 정말 빨리 수습하게 됐다”며 “유족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고맙다”고 전했다. 그러자 정부 관계자들도 고개를 숙여 유족들에게 인사했다.

이 같은 유족들의 모습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순식간에 가족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그 아픔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유족들은 슬픔과 분노, 절망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절제와 배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유가족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 속에서도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공항 임시숙소로 사용됐던 한 텐트에는 딸, 사위, 손자, 손녀를 잃은 한 유가족이 “그동안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 몇 자 적어봅니다. 고맙고 감사했습니다”라는 내용의 쪽지를 붙여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목포대 기숙사를 이용한 한 유가족은 떠날 때 피로회복제 2병과 감사편지를 남겼다. 대학 관계자와 공무원들은 “너무 잘 쉬었다 갑니다. 여러분의 희생과 봉사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글에 눈시울을 붉혔다.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지금까지 엄청난 절제와 인내력을 보여줬다. 희생자 신원 확인이 지체돼도 최대한 그 이유를 이해하려 애썼고, 사고 현장 답사도 질서 있게 치렀다. 하루 두 차례 열린 브리핑에서도 차분히 정부의 설명을 들었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 참사는 빠르게 수습될 수 있었다. 참사 발생 불과 13일 만에 전체 희생자 179명의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런 유가족들의 아픔을 보듬는 길은 하루빨리 사고 원인을 찾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제대로 된 보상책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왜 활주로 주변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돼 있는지, 철새 도래지인 무안에 국제공항이 설립된 배경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고 그 과정을 유족들이 소상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엄청난 슬픔을 딛고 인내력을 보인 유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현안 질의에서도 유가족들은 공정·투명한 사고 조사와 유가족의 조사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그리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비방하는 악성 게시글과 가짜뉴스도 발본색원해야 한다. 특히 유튜브에는 참사 희생자 유족이 진짜가 아니라느니, 제주항공 사고 자체가 아예 없었다는 등의 황당한 음모론까지 등장해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끝으로 이번 사고로 희생된 기아타이거즈 직원과 그 가족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 그는 성실하고 항상 웃는 모습으로 기억된다.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카카오톡 사진을 살펴봤다. 아이를 무동 태우고 가족 셋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에 가슴이 먹먹했다. 부디 하늘에선 세 가족이 항상 그런 미소를 지으며 지내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모규엽 사회2부장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