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한국, 세 세대 뒤엔 인구 90% 증발할 것”

입력 2025-01-17 02:23
게티이미지뱅크

“불길한 기운이 유럽을 덮치고 있다. 동아시아와 북미 대다수 지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머지않아 이 불길한 기운이 전 세계를 덮을 것이다. 바로 인구 감소의 망령이다. 인구 감소의 파장은 전 지구를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영국의 세계적 인구학자인 저자의 묵직한 경고다. 저자는 인구 감소로 일어날 인류의 미래를 전망하는 한편 그 원인을 분석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촘촘히 제시한다. 일부에서는 “1975년 전 세계 인구는 40억명이었고 그때도 인류는 잘만 살았다. 그런데 40억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그렇게 끔찍한 일이냐”고 반론한다. 많은 사람들도 인구 대재앙은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한다. 과연 그럴까.

세계 인구는 80억명을 돌파한 뒤 소폭이나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면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 증가율은 1970년대 이후 반토막 났고, 상승 곡선도 어느 때보다 완만해져 곧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재의 인구 증가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보다는 수명 연장의 결과다. 저자는 “줄어든 사망률이 인구 증가의 동력으로 출산율을 압도하고 있지만 죽음을 영원히 지연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 현상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약 3세기 동안 세계 인구는 현재의 4분의 1 수준 이하로 급감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각 세대 인구는 이전 세대 인구보다 40%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그렇게 세 세대만 지나도 인구의 거의 90%가 증발한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인구 구조의 변화다. 출산율이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약 2명대 초반)을 밑돌 때 우선 사회는 고령화하고 이후 인구 감소가 뒤따른다. 특히 생산가능인구(저자 기준 20~65세) 대비 부양해야 할 인구 비율, 즉 노년부양비가 증가해 사회보장제도에 큰 부담이 발생하고, 교육이나 의료 같은 필수 서비스를 유지할 인력마저 부족해진다. 누군가는 기술 혁신이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적 해결책은 불확실한 미래지만, 인구 문제는 분명한 현실”이라면서, 파멸은 “서서히 일어나다가 갑작스럽게 닥친다”고 말한다.

출산율이 낮은 지역의 경우 대체적인 특징이 있다. 우선 종교로, 특히 저자가 아브라함계로 통칭하는 기독교와 가톨릭, 이슬람교, 유대교 신앙이 있느냐에 따라 출산율은 상당한 연관성을 보인다. 미국의 경우 매주 종교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출산율은 지난 40년간 일정하게 대체출산율 수준을 유지했지만, 스스로 비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출산율은 크게 떨어졌다. 현재 두 집단 간의 출산율 차이는 0.8명이다. 저자는 “미국의 출산율 감소는 종교인이나 비종교인의 출산율 하락 때문이라기보다 전체 인구에서 비종교인의 비율이 증가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의 지역에서 진보 성향 지역보다 더 많은 자녀를 낳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교육 수준 향상과 출산율 하락 간의 관계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성들은 교육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아이를 낳아 키우고 밭에서 일하기보다,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자기 계발에 힘쓰려 한다. 경제적으로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출산율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저자는 아이를 갖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반출생주의(anti-natalism)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출산 독려는 여성에 대한 일종의 모독이라는 페미니즘적 주장이 있고,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결국 지구 파괴로 이어질 뿐이며 지구온난화로 망해가는 세상에 아이를 데려오고 싶어 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논리를 대는 환경주의적 관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출산율 감소가 소득·교육·도시화 수준과 연관된 점을 고려하면 이스라엘은 예외적인 국가다. 출산율은 3명 정도로 이스라엘 여성들은 비슷한 수준의 한국 여성들에 비해 세 배에서 네 배나 많은 아이를 낳고, 경제적으로 훨씬 뒤떨어진 태국의 여성들보다 두 배 이상의 아기를 낳는다. 저자는 종교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유대교 신자라는 점, 적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등을 원인으로 언급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목하는 점은 “대중교통에서 아기에게 사랑스러운 시선을 쏟아내고, 낯선 사람도 젊은 엄마에게 육아 조언을 귀찮을 정도로 내놓는” 이스라엘의 출산 장려 문화다. 조부모의 육아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일찍 결혼해 아이를 많이 낳는 것과 사회적 지위를 연결 짓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한 전문가는 “이스라엘에서 성공의 상징은 요트, 전용기, 고급차 같은 것이 아니다”면서 “자녀를 얼마나 많이 낳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라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저자의 분석 결과 가장 검증된 방법은 보육 지원(노르웨이)과 젊은 부부 대상 주택 지원(헝가리) 등이다. 하지만 저자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정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전반적인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교계와 왕실, 스포츠와 팝 스타 등 영향력 있는 기관이나 인사들의 캠페인도 도움이 될 수 있고, 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동료가 육아로 힘들어할 때 할 일이 늘어난다고 불평하는 대신 손을 내밀어 도와주는” 출산 장려 문화를 우리 모두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우선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현실을 직시하고 인류가 인구 절벽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와 기회를 포기하지 않고도 출산을 중심에 두는 사고와 생활 방식을 ‘발명’해내야 한다.”

⊙ 세·줄·평 ★ ★ ★
·인구 위기 전반에 대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 없는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지하철 임신부 좌석을 꼭 비워놓자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