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20년 동안 개척교회 목회를 하셨습니다. 개척교회 사모인 어머니는 생활비와 상가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일을 하셨습니다. 2018년 어느 날 어머니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고 호스피스에 입원하게 됐습니다. 아버지는 당시 93세의 할머니를 모시고 있었는데 충격을 받으실까 봐 비밀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해 할머니께 어머니 병을 이야기했습니다.
할머니는 며느리가 아프다는 사실에 슬퍼하셨고 소식을 들은 지 일주일 되는 날인 12월 25일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이듬해 2월 17일 돌아가셨습니다. 연상(連喪)이라고 하는 줄초상을 경험하게 됐고 애도할 여유도 없이 아버지와 저는 병원비와 치료비로 쌓인 6000만원의 빚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슬픔과 눈물은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럴 때 절망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 아버지와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됐습니다. “하나님, 긍휼히 여겨주세요.” 이 기도만 하염없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절망과 낙심의 파도가 당장 삼켜 버릴 것 같았는데요. 마음 한가운데 주님이 주시는 평안이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기도를 통한 하나님의 임재하심이 이렇게 강력하다는 것을 경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십자가 죽음 앞에서 예수님은 이 고난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이 얼마나 제게 큰 위로가 됐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은 자기 뜻대로가 아닌 아버지 뜻대로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우리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죽으셔야만 우리가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사망 권세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로, 연약한 사람의 모양이 아닌 영광의 주님으로 온 우주 가운데 선포돼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셨기 때문에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신앙의 고백을 하셔야 했습니다. 바로 기도로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육체로 계실 때 자기를 죽음에서 능히 구원하실 이에게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렸고 그의 경건하심으로 말미암아 들으심을 얻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가장 절망을 느끼는 죽음을 앞둔 그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바로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단순했습니다. 영혼을 갈아 넣는 기도였습니다. 예수께서 힘쓰고 애써 더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같이 됐습니다. 힘쓰고 애쓰고 더 간절히 기도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땀이 땅에 떨어져 핏방울같이 되는 것처럼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정치적 혼란, 분열,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 등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하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러한 절망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구원의 기쁨과 부활의 소망으로 기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길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님이 절망 가운데 기도하셔서 어두움을 이기시고 영광 가운데 거하신 것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예수님처럼 기도의 사람이 돼야 할 것입니다.
최새롬 목사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 대표)
◇최새롬 목사는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 대표로 현재 경화여자중학교 교목, 백석대 신학대학원에서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 운동을 위한 학원선교사 양성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