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핼릿 카(E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역사가 단순한 사건의 수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역사에는 역사가의 선택적 기술이 있습니다. 일어난 일을 반추하고 정리해서 과거의 일을 현재와 미래의 교훈으로 삼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역사를 경험하고 배우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돼야 하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왜 역사의 발전이 일어나지 않는지 참 답답합니다. 최근 벌어지는 국가적인 상황을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말씀을 통해 정리하고자 합니다.
먼저 오늘 본문의 위치와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유대인 경전에서 후기 이스라엘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 에스라-느헤미야, 역대기입니다. 즉 오늘 본문이 이스라엘 후기 역사의 맺는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후기 이스라엘 역사서의 시작인 에스라서의 맨 앞부분은 오늘 본문과 같이 이스라엘 백성이 포로에서 귀환했던 내용 일부입니다. 같은 내용이 역사서 맨 앞과 마지막에 반복되는 것입니다.
왜 유대인들은 자신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이 문장을 앞과 뒤에 놓았을까요. 이 문장이 이들의 역사관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고백하는 역사는 하나님이 이끌어 가시는 역사입니다. 유대인들이 겪은 포로에서의 해방은 어떤 정치적 노력을 통해 얻은 게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이 바사(페르시아) 왕 고레스(키루스)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그가 사람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도록 하셨다는 기술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배운 역사는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는 역사입니다. 하나님께서 주도하시는 역사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인간의 회개, 탄원, 불순종 같은 일들이 하나님의 결단을 바꾸기도 합니다. 인간의 기도가 이런 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역사입니다. 그저 우리 앞에 나타나는 일의 겉모습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절대로 실수하거나 실패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이 이루시는 역사에 참여하는 길은 기도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걱정됩니까. 그러나 하나님의 손에 우리가 붙들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선하신 하나님,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이 지금 일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께 탄원하고 기도하고 회개하며 주님 앞으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합니다. 누구나 나름대로 정치적인 소견을 가지고 나라의 앞날에 대한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인으로서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역사관입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니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룰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금 이 땅에서 두려워하고 있는 많은 백성에게 이렇게 말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기도하니 괜찮아. 안심해. 하나님께서 도와주실 거야.” 이 믿음으로 모든 백성을 위로하며 나아가는 성도들 되기를 바랍니다.
김경진 목사(소망교회)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으로 올해 설립 48주년을 맞았습니다. ‘복음의 생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성령의 교회’를 목표로 복음 전파와 이웃 사랑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