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엔 손수레에 가득 책을 실어 파는 이동식 서점 판매원이 등장한다. “다 재밌는 책인데…. 오늘도 전혀 못 팔았다”고 자책하는 그는 영업엔 영 소질이 없지만 남들이 못 가진 특별한 능력이 있다. 책에 귀를 갖다 대면 그 책을 만든 이의 심경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그가 집어든 여러 책에는 작가와 출판사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좋은 책을 만들면 누군가 반드시 알아준다. 판매부수가 다는 아니다” “대중적인 건 영 흥미가 없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현실을 알려야 한다.”
출간 명분은 다양하지만 기저에 깔린 마음의 소리는 동일하다. ‘그래도 어쩌면 베스트셀러가 될지도 몰라.’ 각종 책에 담긴 단 하나의 염원을 들은 판매원은 “여러 사람이 반기고 이들에게 영향을 줘 후세에 길이 남으면서 돈도 버는 책이 되면 얼마나 좋겠냐”며 각각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길” 기원한다.
대중에게 매주 책을 권하는 입장에서 판매원의 사유에 깊이 와닿은 부분이 있다. ‘책 짓는 이들의 책을 향한 진심’이다. 나 역시 회사 책상에 매주 쌓이는 기독 서적을 보며 책의 완성에 기여한 이들의 수고를 떠올린다. 또 이들 책이 베스트셀러로 발돋움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신간의 목차와 서문을 살펴본다.
매주 금요일 ‘책과 영성’ 기사로 소개할 책만 이런 자세로 고르는 건 아니다. 한 해를 빛낸 기독 서적을 엄선하는 ‘국민일보 올해의 책’ 선정 작업과 관련 보도에도 같은 마음으로 임한다. 매해 올해의 책 선정에는 기독 출판인과 저자, 신학대 교수진 등 각 분야 애서가 50~60명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하는데 이들의 마음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지난해 올해의 책 선정위원에게 전한 설문지엔 ‘기독 출판계 진흥을 위한 제언’을 묻는 질문을 담았다. 대안과 함께 기독 출판계를 응원하는 내용을 적어온 이들이 적잖은 게 인상 깊었다. 김기현 한국침례신학대 교수는 “갈수록 좋은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독자는 줄어드는 시절”이라며 “기독 출판계에 응원과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김동문 미주장로회신학대 겸임교수 역시 “가짜뉴스에 쉽게 휘둘리며 문해력은 점점 약화되고 책도 읽지 않는 기독교 문화 속에서 치열하게 출판에 힘쓰는 출판인이 고맙다”고 했다. “내년에도 잘 살아남아 그다음 해도 또 만나요”란 메시지를 남긴 이재원 선율 대표처럼 서로에게 격려를 보낸 기독 출판인도 꽤 됐다. 저자와 출판인의 진심을 세심히 헤아리는 이들의 추천을 토대로 국민일보 올해의 책 선정이 이뤄지기에 해당 보도의 의미가 더 깊다고 생각한다. 취지에 공감해 2019년부터 6년째 후원을 이어온 기독교한국루터회(총회장 김은섭 목사) 총회와 지난해 올해 최고의 책 저자 상금을 후원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에도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2024 국민일보 올해의 책’에는 올해 최고의 책인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의 저서 ‘고백의 언어들’을 비롯해 13권이 선정됐다. 올해의 책은 ‘목회 신학 국내·외’ ‘일반 신앙 국내·외’ ‘어린이 청소년’ 5개 부문으로 구성되는데 그간 번역서를 대상으로 한 두 부문의 경쟁만 치열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주제를 다룬 양질의 국내서 발간이 늘면서 국내서 부문의 경쟁도 뜨거워졌다. 지난해에도 발군의 기량을 선보인 국내 저자의 책들이 다수 추천됐다.
2016년 시작한 국민일보 올해의 책 보도는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한국교회와 동행하며 우리 사회에 기독교의 복음과 정신을 올곧게 전해온 기독 출판계의 정직한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지금까지의 10년을 발판 삼아 앞으로의 10년도 기독 출판 부흥에 일조할 수 있길 바라 마지않는다.
양민경 미션탐사부 차장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