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꿈을 안고 창업한 사장님들이 잘 될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업소용 주방기기 업체 ‘인더스트리키친’의 강성민(38) 대표가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한 말이다. 지난 13일 경기도 김포시의 물류창고에서 만난 강 대표는 불경기 탓에 요식업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자영업자와 함께 희망을 그려나가고 싶다고 했다.
가업으로 시작된 새로운 도전
강 대표는 대학 졸업 직후인 2010년 부친이 운영하는 주방기기 업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작은 회사였지만 다른 직원들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 더 노력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겪은 일화는 단적인 예다. 강 대표는 “한 식당에서 가스레인지가 고장 났다면서 제조업체에 AS를 요청했는데 주말이라서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주말 영업을 망치게 되었다면서 울상이 된 사장님을 보니 또 같은 일이 생기면 안 되겠다 싶어져 제조업체를 찾아가 AS 교육을 받았다. 이후 비슷한 상황에서 급한 문제를 직접 해결했다”고 말했다. 입사 3년 차쯤엔 다른 고참 직원이 그에게 다양한 문제에 대해 물어볼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강 대표는 “담임목사님께서 기독교인은 기도뿐 아니라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시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회사에서 8년 정도를 일한 뒤 그는 홀로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온라인 검색이 활발해져 소비자들이 가격 비교를 더 세세히 하게 되고, 주방기기 제조사들도 직접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는 등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회사에 다니면서 쇼핑몰도 운영해보라”며 만류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면 이도 저도 안 된다”며 독립했다.
태풍으로 망할 위기… 찾아온 기회
그러나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사무실도 없이 아내와 둘이 집에서 온라인 주문을 받았다. 그렇게 6개월 정도를 고군분투해 작은 사무실을 얻을 정도가 됐다. 이후 물류창고를 마련하고, 직원을 둘 만큼 성장한 창업 1년여 차에 상상도 못 한 시련을 겪었다. 2019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으로 물류창고가 주저앉아 보관하던 물품이 파손된 것이다. 보험도 들어있지 않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상황이었다. 강 대표는 “물류창고 입주 일주일도 채 안 돼 벌어진 일”이라며 “돌아보면 신앙보단 사업의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내가 잘하고 열심히 해서’ 사업이 잘됐다고 교만에 빠져있던 때였다”고 고백했다.
사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그때, 절망 속에서 기도하면서 되레 감사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강 대표는 “(사고 당시) 외부 업무를 마치고 창고로 돌아가려 했는데 그날따라 일이 잘 안 풀려 예정보다 늦게 복귀해 아무도 다치지 않았던 점, 어려운 상황을 알고 많은 분이 도와주신 점 등이 그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5t 분량의 물품을 대금 없이 보내주면서 “나중에 갚고, 꼭 사업을 다시 일으키라”고 격려했고, 물류창고 대표는 한동안 대여료를 감면해줬다. 강 대표는 보란 듯이 매년 20~30% 성장을 이뤄냈다. 그 결과 이번 달에 물류창고를 2배 규모로 키워, 새로운 부지로 이전했다. 강 대표는 “하나님께서 준비해주신 가장 좋은 방법으로 위기를 넘기고 재기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 이전에 크리스천 본보기 되길”
인더스트리키친이 온라인 쇼핑몰을 기반으로 하는 주방기기 업체 중 국내 몇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경기침체 여파를 피해가긴 어렵다. 그가 요즘 만나는 요식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코로나 때가 더 나았다”거나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강 대표는 그럴 때마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건네며 격려하고 잘 되길 함께 기도한다고 했다. 그가 사업을 운영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주방기기를 설치한 업장이 잘 나가는 것이다. 함께 주방 동선을 짜고 배치해 시작한 1호점이 전국에 수십 곳 매장으로 확장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강 대표는 “거리에서 그런 업장을 보면 제 사업이 아닌데도 굉장히 뿌듯하다”며 “불경기에 모든 분야가 어렵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실 하나님을 의지하며 사장님들이 모두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성장하길 기도하겠다”고 했다.
주방업계에 뛰어든 지 15년 차지만 여전히 젊은 편인 강 대표는 “함께 일하는 11명의 직원에게 원래 업무 외에 다른 일은 최대한 맡기려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광범위한 일로 책임감에 짓눌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직원들에게 자신이 기업의 대표이기 전에 좋은 크리스천으로 남길 소망했다.
“직원 모두가 크리스천이 아니기에 저를 통해서 교회나 크리스천에 대한 이미지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그분들을 직접 전도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저라는 사람을 통해 교회와 크리스천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길 바랍니다.”
김포=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