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기피·증거 이의신청… 尹 탄핵 심판 지연술 ‘朴 판박이’

입력 2025-01-14 18:56 수정 2025-01-15 00:04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왼쪽) 변호사와 정청래(오른쪽) 탄핵소추단장이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차 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청구인석에 앉아 있다. 오른쪽 사진은 윤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피청구인석에 앉은 배보윤(왼쪽) 윤갑근(오른쪽) 변호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기피신청과 무더기 이의신청을 낸 것을 놓고 법조계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과 판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14일 기피신청을 기각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재판관 스스로 회피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이 무더기 이의신청을 통해 헌재 심판의 권위를 흔들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려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전날 제기한 재판관 기피신청, 증거채부에 대한 이의신청 등은 앞서 박 전 대통령 측도 탄핵심판에서 제기했던 부분이다. ‘절차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헌재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변론 방식도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1월 당시 박 대통령 측은 강일원 주심 재판관에 대해 “강 재판관이 소위 쟁점 정리라는 이름 아래 국회가 준비서면이라는 불법적 방법으로 소추의결서를 변경하게 했다”며 기피신청을 냈다. 헌재는 이를 각하하면서 “오직 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도 정계선 재판관에 대해 공정성 우려를 제기하며 기피신청을 냈지만 헌재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신청을 기각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헌재가 검찰·특검에 관련 수사기록을 제출하라고 한 것을 놓고도 “헌재법 32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윤 대통령 측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박 대통령 당시 헌재가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수사기록 인증등본(사본)을 송부받았는데, 논란이 되자 헌재 심판규칙을 개정해 인증등본을 송부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며 “윤 대통령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윤 변호사는 “규칙이 상위법인 헌재법에 어긋나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헌재법의 규칙제정권에 근거해 만들어진 규칙”이라며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윤 대통령 측은 일괄 기일지정의 부당함 등을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런 문제 제기가 재판 지연 목적과 함께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흔들기 위한 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성에 시비를 걸면서 시간을 최대한 끌고 여론을 뒤집으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자신은 억울하다고 지지층에게 호소해 위기를 모면해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계엄 선포 배경으로 ‘부정선거론’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안을 잇달아 발의한 상황 등이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계엄 선포가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주장도 반복했다. 반면 국회 측은 “헌재·대법원은 국가긴급권 행사여도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또 “부결된 탄핵소추안과 가결된 탄핵소추안이 다른 회기에서 표결돼 절차적 하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한주 이형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