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인들의 선택은 ‘변화’였다. ‘탁구 영웅’ 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대한체육회를 이끌 수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체육인들을 향해 “여러분을 대표해 제가 목소리를 내겠다. 한국 체육의 변화를 앞장서서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유 전 위원은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실시된 제42대 체육회장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현 회장을 꺾고 당선됐다. 유 전 위원은 전체 선거인단 2244명 중 1209명이 투표한 선거에서 가장 많은 417표를 얻었다. 이 회장은 379표로 유 전 위원의 뒤를 이었다.
유 당선인은 2029년 2월까지 4년간 체육회를 이끌게 됐다. 그는 선거가 끝난 뒤 “많은 책임감이 느껴진다. 체육계 현안이 많은데 체육인들과 힘을 내서 하나씩 풀어가겠다”며 “변화 열망에 화답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1982년생인 유 당선인은 43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체육회 수장에 올랐다. 젊은 감각을 곁들여 체육계 발전을 이끌 인물로 분류돼 왔다. 체육인들이 유 당선인을 선택한 건 최근 각종 비위와 부당 관행으로 도마에 오른 체육계의 변화와 개혁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의지가 모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이기흥 회장 체제의 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과 대립 구도를 그려왔다. 하지만 유 당선인은 “아직까지 누군가와 척을 져 본 적이 없다. (정부와의 갈등이)잘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화로 풀 수 있다면 빠르게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당선인은 은퇴 후 지도자를 거쳐 스포츠 행정가의 길을 걸어왔다. 2016년부터 지난해 파리올림픽까지 IOC 선수위원을 맡았다. 2019년 6월부터 탁구협회장을 지내다 지난해 9월 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위해 자리를 내려놨다. 탁구협회장 재임 시절에는 부산세계선수권과 평창아시아선수권 등 국제대회를 성공 유치하고, 적극적인 선수 지원으로 파리올림픽 때 한국 탁구의 선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당선인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다시 한번 IOC 위원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아직 고민해보지는 않았지만 추후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면 도전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가 발로 뛰는 행정가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경기인 출신으로 선수·지도자를 포함한 체육인들과 소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행정에 적극 반영하고 체육계 전반의 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특히 학교체육 정상화와 생활체육 전문 및 활성화 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유 당선인은 “한국 체육에 드리워진 불안과 두려움을 희망과 설렘으로 바꾸겠다. 체육인의 염원에 다가설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며 “체육이 희생을 요구하는 분야가 아닌 희망과 자부심의 영역이 되도록 변화의 시작을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