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설 선물 시장이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1만원~5만원대 가성비 상품이 매출 상위에 포진하는 한편 30만~70만원대 고가 선물세트도 불티나게 팔린다. 가성비와 프리미엄의 양극단이 선명해졌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마무리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30만원대 이상 고급 한우 선물세트가 전체 준비 물량의 절반가량 사전예약으로 판매될 만큼 반응이 좋았다. 가장 비싼 제품인 ‘농협안심한우 저탄소 1++No.9등급 프리미엄 세트’는 본 판매가격이 71만원에 이르는데 이 상품도 인기였다. 예약 판매가격을 60만원대로 낮췄더니 준비 물량의 40%가 사전예약으로 소진됐다.
가성비 과일세트도 고급 한우세트 못지않게 인기를 끌었다. 기존 태국 골드망고를 페루산 애플망고로 교체하고, 환율 변동 영향이 없는 만감류 선물세트를 확대해 가성비를 잡았다. 샤인머스켓, 키위 등 기타 과일류는 전년 대비 112% 많이 판매됐다.
이마트도 5만원 미만 가성비 품목 매출이 전년 대비 4.8% 오른 동시에 20만원 이상 선물 세트 매출도 46.8%나 올랐다. 이마트는 이번 사전예약 판매에서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비중을 38.9% 수준으로 늘렸다. 한우 세트와 수산물 세트는 10만원 미만의 신규 상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고가 상품의 인기가 이마트에서도 확인됐다. 29만원대 조선호텔 제주한우세트는 매출이 지난 명절 대비 173.9% 증가했다. 36만원대 조니워커 블루 뱀띠 에디션 750㎖도 큰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는 전반적으로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사전예약 매출 상위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김, 양말 등 1만원대 이하 초가성비 선물세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25%가량 상승했다.
초고가 선물 판매도 선명하게 나타났다. 롯데마트 주류 전문매장 보틀벙커에서는 하이엔드 위스키 선물세트 4종을 한정 수량으로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벤틀리와 협업해 만든 한정판 위스키를 1억2000만원에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벤틀리와 컬래버레이션한 1억원대 상품이 상당히 고가인데도 실제 팔린 바 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실속형 제품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반면, 프리미엄 선물세트는 명절의 품격을 중시하는 소비층을 타깃으로 한다”며 “가격대별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