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표 우려한 여당, 결국 자체 ‘계엄 특검법’ 발의키로

입력 2025-01-15 00:00 수정 2025-01-15 00:00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규명을 위한 자체 특검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야6당의 내란·외환 특검법에서 외환죄 위반,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뺀 ‘비상계엄 특검법’을 내겠다는 것이다. 대안 제시 없이 반대만 지속할 경우 야당의 ‘계엄 옹호당’ 프레임 공세에 시달릴 수 있고, 야당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시 부결 대오 유지를 자신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담겼다. 민주당은 “여당안이 제출되면 논의할 수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이번 주 내 국회 본회의 표결 처리 방침은 고수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요청에 따라 야당과의 특검법 협의에 임하겠다”며 “(야당안의)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자체 비상계엄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당은 전날 의총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발의 여부를 지도부에 일임했고, 지도부는 이날 오전까지 개별 의원의 의사를 확인해 과반의 동의를 확보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15일 자체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43일 만이다.

국민의힘의 이런 결정에는 야당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이유가 작용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제출한 야당안은 독소조항이 너무 많다”며 “이것이 그대로 통과될 때는 민주당의 당리당략에 놀아나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안의 수사 대상에서 내란선동죄와 외환죄 등을 걷어내고 비상계엄 실행과 사전모의에 직접 연관된 5개 혐의로 범위를 좁혔다. 특검 임명 절차에서는 대법원장이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는 야당안과 달리 법원행정처장과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각각 후보자 1명을 추천토록 했다. 특검 수사 기간과 인원은 야당안(각 150일, 155명)보다 축소된 최장 110일, 68명이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야당안과 여당안의 간극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탈표가 2표만 더 나오면 야당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아무런 액션도 없이 무조건 특검에 반대하라고만 강요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1차 내란 특검법은 재표결에서 가결 정족수(200명)에 2표가 부족해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 중인 박찬대 원내대표 모습. 이병주 기자

민주당은 일단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특검을 발의하면 내일 중으로도 논의할 수 있다. 16일 본회의 처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가 실제 합의에 이를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내에선 여야 법안이 수사 대상 및 기간 등 여러 부문에서 거리가 있어 협상에 임했다가 자칫 여당의 ‘지연 작전’에 말려드는 결과만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협의를 빙자한 시간끌기는 안 된다”며 “여당안이 발의되면 조정 가부에 관한 판단은 빠르게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송경모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