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고려아연 경영권 향배를 가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입장은 엇갈렸다.
글래스루이스는 14일 기관투자자들에 고려아연 임시 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를 보내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이사회 정원을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에도 찬성했다. 모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제출한 안건이다.
집중투표제 도입은 이번 임시 주총의 판세를 가를 핵심 안건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10명의 이사를 선임한다고 하면 주식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지분율이 밀리는 최 회장 측은 일반적인 이사 선임 방식으로 표 대결을 펼치면 MBK·영풍 측 신규 이사들의 대거 진입을 방어하기 어렵지만 집중투표로 맞붙으면 과반 차지는 막을 수 있다.
특히 집중투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은 주주별로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3%룰’이 적용된다. MBK·영풍 측과 달리 최 회장 측은 단 한 명의 주주도 3%를 넘지 않고 분산돼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다만 최 회장 측 지분율이 열위라서 우군을 끌어모아도 단독으로 특별결의 요건(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할 수는 없다.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소수주주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터로 부각된 이유다.
현재 대부분의 의결권 자문사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글래스루이스는 보고서에서 “현재로서 MBK·영풍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이사회 개편을 지지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국내 자문사인 한국ESG평가원과 서스틴베스트도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제시하며 사실상 최 회장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영향력이 큰 글로벌 자문사 ISS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가결 시 표 분산 방지를 위해 영풍·MBK 측 후보 4명에만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최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 자문사가 많지만 양대 자문사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표심이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은 낮아진 모습이다.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부결되면 MBK·영풍 측은 지분율 우위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반대로 안건이 통과되면 MBK·영풍 측의 경영 주도권 확보 시기가 미뤄지고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