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 사이에서 글을 쓰고 읽는 것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텍스트힙(텍스트+멋짐)’ 열풍이 불면서 관련 플랫폼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영상에 밀려 한물간 것으로 평가받던 텍스트 콘텐츠가 10여년 만에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14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대와 20대의 네이버 블로그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60만명, 100만명을 넘어섰다. 2021년까지만 해도 이들의 MAU가 20만명, 60만명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블로그 콘텐츠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2023년에는 새로 개설된 블로그가 136만개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이 숫자가 216만건으로 58.8% 증가했다. 연령대별 신규 창작자 증감률을 봐도 10대(55%)·20대(52%)·30대(33%)가 대세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유사 플랫폼인 브런치는 지난해 등록된 게시글 수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젊은 세대의 텍스트힙 열풍은 독서 플랫폼으로 번지고 있다. 전자책 콘텐츠 플랫폼 밀리의서재 분석에 따르면 이 회사 구독자는 2021년 400만명에서 지난해(10월 기준) 835만명으로 급증했다. 총 구독자 가운데 60% 이상이 30대 이하 젊은 세대다.
2000년대에는 블로그·싸이월드 등 개인 미니홈페이지(미니홈피)가 콘텐츠 문화를 주도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도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SNS) 시장을 지배하며 텍스트 중심 문화가 유지됐다. 그러나 이후 인스타그램·유튜브가 유행하기 시작하며 소통의 장이 텍스트에서 사진·영상으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텍스트힙 열풍에 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시장은 텍스트에 대한 선호가 일시적인 현상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골프·테니스·런닝이 차례로 뜨고 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MZ 세대의 유행은 빠르게 달아올랐다가 식는 경향이 있다.
플랫폼들은 텍스트힙이 짧은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신사업과 서비스 개편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달 ‘서치피드’ 탭을 추가하고 블로그 등 콘텐츠를 검색 결과와 연동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밀리의서재는 글을 음성으로 전환해 들려주는 오디오북 기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구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금전 수익은 MZ 세대를 끌어들이는 요소 중 하나다. 네이버 블로그는 자동으로 첨부되는 배너형 광고 ‘애드포스트’를 통해 글 작성자에게 광고 수익을 지급하고 있다. 카카오 브런치도 ‘응원하기’ 기능을 신설해 글 작성자의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유료 서비스임에도 이 기능으로 돈을 벌고 있는 창작자만 1만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독자와 창작자 모두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텍스트힙 열풍이 일회성 유행으로 끝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