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작 오명 ‘애플 비전프로’ 써보니… 콘텐츠 확장 가능성 보여요~

입력 2025-01-16 01:03

해외 한 매체는 지난해 정보기술(IT) 업계 최악의 실패작으로 애플 ‘비전프로(사진)’를 꼽았다. 500만원대의 비싼 가격에도 활용할 만한 애플리케이션(앱)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출시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판매 성적도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출시됐고, 9개월 뒤 뒤늦게 한국 시장에도 출시됐지만 국내에서도 “비싸고 쓸모없는 기기”란 반응이 많다.

정말 최악의 실패작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지난달 일주일가량 제품을 체험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만의 빔프로젝터’라는 인상이 강했다. 가상 현실을 체험하기에는 아쉬운 지점이 많았다. 하지만 비전프로로 체험해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고, 가격도 감당할 정도로 조정된다면 어쩌면 살 만한 기기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구동 방식은 간단하다. 기기를 쓰고 내 눈과 기기 설정을 맞추는 작업을 마치면 눈앞에 광활한 화면이 펼쳐진다. 시선을 움직이고 엄지와 검지를 클릭하듯이 맞대면 앱을 선택하고 원하는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600g가량의 혼합현실(MR) 기기 비전프로에는 12개의 카메라, 5개의 센서와 6개의 마이크가 탑재돼 있다.


묵직한 고글을 얼굴 위에 얹으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비전프로는 TV 화면이나 모니터를 눈앞에 그대로 가져다 놓는 듯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체험을 가능케 했다. 비전프로로 시청하는 스포츠 경기는 압도감이 상상을 초월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축구, 농구 등 스포츠경기는 마치 경기장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자연환경을 비추는 다큐멘터리 영상도 지금 있는 곳이 집안인지 야외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3D로 제작된 영화를 볼 때는 그 생생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다만 이용자는 가만히 있는데 보여주는 화면이 이동하면 실제와 영상 사이의 괴리 때문에 어지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비전프로로 3D 영상을 오래 시청하면 피로감이 크다는 이용 후기도 많다.

평소 스포츠나 영화 등 콘텐츠 소비량이 많으면서 집안에 방해할 만한 사람이 없으면 써봄직 한 기기다. 다만 신기한 경험을 충족시키기 위해 비전프로를 사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1TB 용량의 비전프로는 559만원에 달한다. 비전프로에 탑재돼 있는 여러 센서와 기능을 생각하면 아주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지만,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