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발의한 ‘내란·외환 특검법’ 법안심사 과정에서 특검의 ‘공소 지휘’ 권한 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 주요 연루자 대다수가 이미 재판에 넘겨진 상태인 만큼 특검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특검이 수사가 아닌 재판에 발이 묶일 것”이라며 맞섰지만 끝내 수적으로 밀렸다.
국민일보가 확보한 지난 10일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소위원장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미 기소가 완료된 계엄 관련 사건의 특검 이첩을 제안했다. 특검법 초안에는 없던 내용이다. 박 의원은 “수사기관들이 경쟁하다시피 해서 발 빠르게 검찰·군검찰이 다 기소를 해버렸다”며 “특검이 어디까지 수사해 어디까지 기소할 거냐는 부분과 관련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남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다고 걱정하는 일방(국민의힘)이 있고, 다른 한 측면에서는 특검 준비기간 20일이 지난 단계에 가서 특검이 할 일이 있겠느냐는 문제의식도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검찰이) 99% 다 기소해놓고 특검이 할 수 있는 게 1%만 남았다면 그거야말로 역사성에 반하는 문제가 된다”며 “특검이 기존에 기소된 사건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하는 것을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뒤늦게 가동되더라도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라 ‘역할론’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같은 당 이성윤 의원도 “주요 종사자들이 상당 부분 기소돼 있고, (특검) 출범 무렵에 다 기소될 수도 있다”며 “특검이 (검찰 등의 공소유지 상황을) 감시하거나 보고받게 해서 지휘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증거능력 없는 자료를 제출해 (재판을) 다 유야무야시켜 버릴 수 있다”며 친정인 검찰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이에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사건이 복잡한데 특검이 공소유지만 하다 끝날 것”이라며 “그렇게 해주면 특검 무력화에 일조를 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일 논의를 토대로 ‘특검은 검사·군검사가 기소해 공소유지 중인 사건에 대해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최종안에 추가했다.
법사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통화에서 “이미 소추된 사건을 특검이 수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첩받는 건 월권 소지가 있다”며 “‘공소 지휘’도 법적 개념이 아니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