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소탕에 코인 대박… 세계가 주목하는 지도자 부켈레

입력 2025-01-15 02:10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코스타리카에서 훈장을 받고 연설하는 모습.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연말 메시지에서 “우리나라는 평화와 자신감, 낙관주의의 모범이 되고 있다. 누구도 이를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였던 엘살바도르의 지난해 살인율은 2015년 대비 98% 이상 감소했다. 2019년 취임한 나이브 부켈레(43) 대통령이 군대까지 동원해 무차별적으로 갱단을 소탕한 결과다. 치안이 안정되면서 외국 기업의 투자도 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이 법정통화로 채택해 사 모은 비트코인의 가격은 폭등했다. 부켈레의 지지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권위주의적 성향을 비판하던 선진국들도 그를 주목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엘살바도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114건으로, 2015년의 66 56건 대비 98% 이상 급감했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살인사건이 없는 날이 24일 연속 지속됐다. 엘살바도르는 3년 전만 해도 살인사건으로 인해 비상사태가 발령될 정도로 치안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당시 하루에만 6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해 3월 말 비상사태를 선포한 부켈레는 수만명의 군경을 동원해 8만3000 명 이상을 적법 절차 없이 잡아들였다. 이들 대부분은 아직 재판을 받지 못했다. 유죄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면회나 전화통화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24시간 조명에 철제 침대 등 교도소 환경도 가혹하다. 인권단체들은 고문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부켈레는 멈추지 않았다. 치안 불안에 떨던 엘살바도르 국민들도 부켈레에 환호했다. 부켈레의 지지율은 90%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해 2월 대선에서도 85%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배달기사로 일하는 호세 안토니오 고메스는 “8년 동안 25차례나 총으로 위협을 받았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위험해서 들어갈 수 없던 동네에서 사람들이 지금은 유모차를 끌고 차분하게 걸어 다니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치안이 개선되면서 엘살바도르의 경제에도 희망이 보이고 있다. 부켈레 취임 후 구글이 대규모 사옥과 지사를 건립하는 등 수도 산살바도르의 스카이라인이 변하고 있다.

부켈레가 2021년 9월 세계 최초로 법정통화로 지정한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 코인당 10만 달러(1억4600만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부켈레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매입한 비트코인의 수익률이 127.3%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 홀딩스도 법인 소재지를 엘살바도르로 이동할 계획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엘살바도르에 14억 달러(2조450억원)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7일 엘살바도르의 등급을 기존 CC C+에서 B-로 상향 조정했다. FT는 “일부 평론가와 관리들은 부켈레가 거대한 사회문제로 황폐해진 나라에 희망을 줬다는 데 동의한다”고 전했다.

부켈레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도 이념을 가리지 않고 긍정적이다. 미국의 극우 언론인 터커 칼슨은 부켈레에 대해 “세상을 구할 청사진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고 극찬했다. 인권 문제 등으로 부켈레를 피해온 서방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2021년 부켈레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면담을 거부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그의 2기 취임식에 참석했다.

부켈레의 한 측근은 FT에 “부켈레는 좌파 정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실용주의자”라며 “식량을 나눠줄 수도, 대통령궁을 민영화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부켈레의 모델은 싱가포르나 한국”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