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SK 3세가 샌프란시스코에 간 까닭은…

입력 2025-01-15 01:38

롯데그룹과 SK그룹을 이끌어 갈 후계자들이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가 총집결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해 성과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부사장이 주인공이다. 두 그룹은 차세대 동력으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동시에 신사업 분야에서 경영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 부사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 참석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존슨앤존슨(J&J), 암젠 등 세계적 제약사들의 발표를 청취하고 바이오산업 최신 동향을 살폈다. 올해로 43회째를 맞는 JPMHC에는 전 세계 550여개 기업, 8000여명의 투자자·전문가가 참여해 최근 연구·개발(R&D) 성과를 공유하고 투자 유치를 위한 네트워킹에 나서고 있다.

2023년 12월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로 바이오로직스에 합류한 신 부사장이 글로벌 바이오 행사에 참석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고 있다. 이번 JPMHC를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비즈니스 미팅에도 나서는 등 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제임스 박 신임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 롯데지주 관계자들이 이번 행사에서 신 부사장과 동행했다.

롯데그룹은 2022년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오는 16일 JPMHC 무대에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의 구축 현황과 뉴욕 시러큐스 캠퍼스의 ADC(항체·약물접합체) 생산시설을 소개하고 전략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인 최 부사장은 이동훈 대표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 JPMHC에도 참석하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업 기회를 모색했다. SK그룹은 지난 연말 정기인사에서 최 부사장을 지주사의 ‘성장 지원’ 담당으로 발탁하며 그룹 차원에서 투자할 미래 먹거리를 찾는 임무를 맡겼다. 생물학 전공자인 최 부사장은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해 바이오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쌓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를 이을 캐시카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신규 모달리티로 RPT(방사성의약품 치료제), TPD(표적단백질분해 치료제)를 선정해 매출 구조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후계자들이 글로벌 유망 사업이자 그룹의 미래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분야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비전을 보여준다면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