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8일만에 또 미사일 도발… 이번엔 단거리 SRBM 수 발 동해상 발사

입력 2025-01-14 19:08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을 일주일 앞둔 14일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시험발사했다. 지난 6일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이후 8일 만이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를 과시하며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북한 자강도 강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SRBM 수 발을 포착했다. 북한 미사일은 250여㎞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SRBM 표적으로 자주 이용해 온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 무인도인 ‘알섬’ 방면으로 미사일을 쏜 것으로 분석했다.

합참은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 왔으며 발사 시 즉각 탐지해 추적했다”면서 “미·일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고, 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도 도발 직후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주재로 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통상의 SRBM보다 짧은 거리를 비행했다. 실험을 목적으로 사거리를 의도적으로 조절했을 수 있지만 SRBM보다 사거리가 짧은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등의 전술탄도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추가 도발을 이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도 북한 발사지 주변에서 추가 발사 가능성이 있는 예비용 이동식발사대(TEL) 여러 대를 식별한 상태다. 지난 6일 IRBM 발사 현장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가능한 TEL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IRBM, SRBM, ICBM 등 다양한 도발수단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며 미국을 향해 존재감을 드러내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미사일 생산기지와 각종 군수공장이 밀집한 자강도에서 이번 도발이 이뤄진 점도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군 관계자는 “자강도 일대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강도는 지난해 7월 수해 피해가 극심했던 곳이기도 하다. 대러 미사일 수출을 위한 자강도 군수시설 복구가 완료돼 정상 가동 상태임을 강조하려는 목적이 담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