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얘기로 단톡방 폭파됐어요” 정쟁에 쪼개진 교회 공존하려면

입력 2025-01-15 03:00 수정 2025-01-17 10:36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서울의 한 교회 남성도회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선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정치 논쟁이 격화됐다. 급기야 한 교인은 ‘빨갱이’라는 발언을 했고 격분한 다른 교인들이 채팅방을 나가면서 사실상 대화방은 폭파됐다. 부산의 또 다른 교회는 최근 2주 연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름을 설교 제목에 걸었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민주당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주장했다. “히틀러가 무덤에서 ‘이재명이 나보다 더하다’고 말할 것”이란 발언도 나왔다. 독립교단 소속의 한 교회에선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직후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이 설교 도중 재생됐다.

탄핵 찬반에 따른 정치적 양극화가 한국교회 내홍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합의 공간이어야 할 교회에서 분열이 일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교회는 공적·사적 영역의 중간 지대에 있다. 신앙과 가치관이 결합한 공간이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이 더 민감하게 작용한다”며 “기독교 신앙이 말하는 하나 되게 하는 복음의 가치를 되새겨봐야 할 지점”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복음주의권 교회들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두고 갈등을 겪었다. 극단적 대결 속에서 갈등을 멈추고 건강한 대화를 이끈 곳이 있다. 위스콘신주 애플턴에 있는 에마우스로드교회는 2020년 대선을 전후로 교회 내 정치적 갈등이 심화하자 ‘신앙과 정치’ 수업을 개설했다. 이 수업에선 복음주의자들의 정치적 참여 역사와 충실한 기독교인의 정치적 실천 사례를 논의하며, 교인들이 서로의 견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대니얼 브리드 목사는 크리스채너티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교회에서는 정치적 문제로 인해 떠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이는 교인들 간의 신뢰 관계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부기관이 갈등 중재에 나서기도 한다. 미국의 분쟁 해결 단체 에센셜 파트너스는 정치적 갈등으로 분열된 교회들에 중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프로그램은 교인들이 서로를 상대방이 자신과 똑같은 사람임을 자각(재인간화)하도록 돕는다. ‘나와 다투고 있는 교인은 한때 함께 성경공부를 했던 분’ ‘내가 어려웠던 시기에 먼저 도움을 줬던 사람’ 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대화의 물꼬를 튼다. 이 과정을 통해 교인들은 서로의 반대자가 아닌 신앙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각하게 된다.

박진규 서울여대 교수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복음은 절대성을 가졌지만 정치는 상대성을 가진다”며 “강단에서 이뤄지는 발언은 절대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정치의 상대성이 가려질 수 있다. 목사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이를 강단에서 주장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교회나 교단 차원에서 특정 정치적 입장을 결정한 뒤 이를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태도는 위험하다”며 “교회나 교단에서 정치적 결론을 냈다는 건 그 외에 교인들에게 다른 정치적 해석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만약 그 결정에 따르지 않은 교인은 바른 신앙인의 범위에서 낙오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 문제를 교회 안에서 다룰 땐 같은 복음을 믿더라도 정치적 입장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철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성령충만한 교회는 토론해도 싸우지 않는다”며 “상호 관점을 존중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교회에서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치우친 교회는 신앙보다 정치적 목적을 우선시하는 곳으로 비칠 수 있다”며 “복음을 중심으로 약자와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고 사회적 화합을 이루는 게 교회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손동준 이현성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