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용산… 정진석 “제3의 장소 조사도 가능” 호소

입력 2025-01-14 18:57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과거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입장하는 모습. 김지훈 기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수사관에 끌려 한남동 관저를 나서는 것이 2025년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모습이냐”며 “대통령에 대한 제3의 장소에서 조사 또는 방문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일종의 대안 선택을 호소한 셈이다.

다만 이는 윤 대통령과 사전 협의된 입장은 아니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여전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 조사 없이 바로 기소하거나 서울중앙지법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날 새벽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공수처와 경찰을 향해 “목적이 정말 수사냐, 대통령 망신주기냐”고 반문했다. 이어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윤 대통령에게만 적용되지 않아야 할 무슨 이유가 있느냐”고 했다. 정 실장은 “지금 윤 대통령의 처지는 고성낙일(孤城落日·세력이 다하고 남의 도움이 없는 매우 외로운 처지)”이라고도 했다. 예정에 없던 호소문은 대통령실의 긴장도가 절박감이 고조돼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정 실장은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경찰 병력과 대통령경호처 경호원 사이의 충돌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또 관저 앞에 수천명의 집회 인파가 몰린 점도 언급하며 “경찰과 시민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실장은 국민일보에 “대통령이나 변호인들과 사전 협의 없이 절박한 심경으로 호소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만 있다면 다양한 방법을 좀 고민해 보자는 취지”라며 “(공수처·경찰과) 협의가 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수처 체포영장의 적법성 문제까지 (해결된 것으로) 받아들여서 공수처 등과 협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 측도 정 실장 호소문은 협의의 결과가 아니라고 반응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정 실장이 제안한 방문조사 등도 가능한 것으로 (수사기관에) 요구하겠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관저 산책 모습을 보도한 한 언론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관저 일대는 어떠한 형태로든 사진·영상 보도가 불가한 시설”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과 8일에도 같은 이유로 여러 매체를 고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