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서실장의 때늦은 호소… 윤 대통령, 영장 집행 응하길

입력 2025-01-15 01:20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뉴시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촉구하면서 ‘방문조사 또는 제3의 장소 수사’를 언급했다. 체포영장 집행이 강행될 경우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너무 늦은 제안이다. 체포영장 발부 전이었다면 모르겠으나 3차례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채 체포영장 집행에 격렬히 저항한 이후의 해법으로는 적절치 않다. 지금으로서는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는 방법 외엔 대안이 없다.

정 실장은 14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자유 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을 외딴 성에 고립돼 지는 해를 바라보는 처지에 비유하며 ‘고성낙일(孤城落日)’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외딴 성 고립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소환 조사에 응하면서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었고, 미리 수사기관과 긴밀히 협의했다면 소환 조사 외의 다른 방법을 고려할 여지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출석 요구를 줄곧 무시했고, 체포영장 집행 과정의 충돌이 생중계된 마당에 이제 와서 방문조사를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대통령경호처와 만나 안전하고 평화적인 영장 집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호처는 “불법적인 집행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기존 경호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확인한 셈이다. 대통령 관저를 포함한 특정경비지구에 책임자의 사전 승인 없이 강제로 출입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얘기도 했다. 3자 협의를 통한 의견 조율이 물건너간 상황이어서 경찰과 공수처는 조만간 영장 집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공수처가 1000명 안팎의 수사관을 동원하는 대대적인 작전을 통해 체포에 나설 예정이고, 경호처는 영장 집행 저지를 공언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피해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에 스스로 응해 국가기관 간 충돌에 따른 불상사를 막으려는 노력 정도는 최소한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