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새로 건조하는 항공모함 2척에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두 전직 대통령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13일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들에게 직접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려줬다고 한다. 클린턴과 부시는 군통수권자 경험이 있기에 본인 이름이 붙는다는 게 얼마나 영광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 이름을 딴 항모가 매번 출항할 때마다 임무를 잘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와야 군인들도, 무사귀환을 바라는 가족들도 안도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을 언급한 것이다.
미국은 전쟁영웅과 함께 대통령으로 봉직한 이들을 항모명으로 붙이는 전통이 있다. 대통령 이름은 대부분 항모에 붙지만 잠수함 승무원으로 복무한 지미 카터는 핵잠수함에, 예비역 해군 소령 출신인 린든 존슨은 스텔스 기능을 갖춘 세계 최강 이지스 구축함에 이름이 붙여져 있다. 조지 W 부시까지 명명됐기에 다음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곧 물러날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이 붙여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구축함과 잠수함명으로 사람 이름을 쓰고 있다. 구축함에는 세종대왕함 을지문덕함 광개토대왕함 충무공이순신함 등이, 잠수함에는 장보고함 최무선함 안중근함 손원일함 등이 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이름이 붙여진 군함은 아직 없다. 어쩌면 국산 첫 항모가 나오면 대통령 이름을 붙이자는 여론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런데 누구 이름을 붙일지를 놓고 논쟁이 아주 치열할 것 같다. 미국에선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중도 사임한 리처드 닉슨은 명명에서 제외됐는데, 우리도 역대 대통령 공과에 따라 누구는 넣고 누구는 빼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군함 명명 사례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지금 한남동 관저에 고립된 윤석열 대통령의 처지를 보면 훌륭한 지도자로,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