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14일 발생한 대규모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블랙아이스(도로 살얼음)는 도로 위에 얇은 막처럼 형성되는 얼음으로, 매연과 먼지가 함께 섞여 있어 투명하지 않고 검다. 이로 인해 문제는 운전자 눈에는 잘 띄지 않아 대처가 매우 어렵다. 이처럼 식별이 어렵기 때문에 ‘도로 위 암살자’라고도 불린다.
블랙아이스는 비나 눈이 내리거나 기존에 내려 쌓인 눈이 녹으면서 아스팔트 틈 사이로 스며든 물이 지표면 온도가 영하로 떨어졌을 때 얼면서 형성된다. 안개가 도로 면에 달라붙어 얼어도 블랙아이스가 된다. 또 액체인 비가 차가운 지면이나 물체에 닿아 급속히 얼면서 살얼음을 만드는 현상인 ‘어는 비’도 블랙아이스를 만든다.
더 큰 문제는 블랙아이스가 한파 때뿐 아니라 ‘적당히 추울 때’도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동트기 전인 오전 4~6시 사이에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 위 암살자’로 불리는 블랙아이스의 위험성은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도로 결빙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4609건이며 사상자는 7835명에 이른다.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은 사고 100건당 2.3명으로 도로가 얼지 않았을 때 사고의 치사율(100건당 1.5명)보다 높았다.
특히 한국교통연구원이 2015~2019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블랙아이스 교통사고 사망자(170명)가 적설로 인한 사고 사망자(46명)보다 무려 3.7배 많았다. 치사율도 블랙아이스 사고(3.3%)가 적설(1.6%)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