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지자체 손잡고 어르신 건강 챙기는 ‘효도밥상’

입력 2025-01-15 03:03
효도밥상 참여 어르신들이 14일 서울 마포구 다운교회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다운교회(석정일 목사) 식당에선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날 반찬으로 닭갈비 순대볶음 도토리묵 상추무침 고비나물 등이 배식대에 올랐다.

주름이 깊게 팬 백발노인 두 명이 교회 식당으로 들어왔다. 어르신들은 저마다 급식판을 들고 반찬과 밥을 받고는 원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반찬은 입에 맞는지, 전날 화젯거리는 무엇이었는지 등 삼삼오오 대화 꽃을 피웠다. 서울 마포구와 지역교회가 함께 마련한 ‘효도밥상’ 합정 2호점 현장이었다.

지난해 4월부터 마련된 효도밥상은 결식 및 영양 문제 등에 직면한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회 양질의 점심을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노년의 삶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비교적 한산한 평일에 교회의 유휴 공간을 활용한 노인복지사업이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복지 서비스가 중요해진 만큼 향후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마포구에 따르면 이동형 급식기관은 총 44곳이다. 교회는 다운교회를 포함해 새소망교회 새로운교회 주님의교회 열림교회 영광교회 은강교회 일심교회 하늘빛교회 아홉 군데다. 마포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노인들이 가장 필요로 한 복지서비스는 ‘식사 지원 확대’”라면서 “사업에 대한 주민의 긍정적 인식 확산을 위해 교회가 함께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도밥상은 비단 식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봉사자들은 못 온 어르신이 있다면 일일이 건강을 점검한다. 또 건강·법률·세무 상담을 연계한 원스톱 노인복지 서비스도 제공한다.

효도밥상이 문을 연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교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교인들은 자원봉사자로 요일별 두 명씩 순번을 정해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다. 월~금요일은 물론 토요일에는 교회가 도시락을 제공하고 주일에도 성도들이 도시락을 배달한다.

이날 봉사자로 함께한 하재덕(68) 손진현(65)씨 부부는 취지에 공감해 사업 초창기부터 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부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잡일이나 음료 제공 등을 맡고 있다”며 “어머니 아버지를 뵈는 것 같다. 감사하단 말을 들을 때마다 힘이 난다”고 전했다.

석정일 다운교회 목사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돌봄 목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단순한 장소 제공일진 몰라도 노인에게는 따뜻한 식사 환경이 될 수 있다. 많은 교회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