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 여행업계가 잇따른 악재에 역대급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
14일 광주시와 전남도, 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같은 달 29일 제주항공 참사에 따른 무안공항 폐쇄로 여행상품 예약이 대부분 취소됐다. 단체여행 상품을 주된 수입원으로 삼아온 지역 여행사들은 설 연휴와 겨울방학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데도 수개월 전 계약을 마친 관광객들로부터 취소 요구가 줄줄이 이어지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광주관광협회 등록 여행업체 110곳에서 판매한 일본과 동남아 등의 패키지 여행상품 취소 건수는 현재 1200여건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지역도 1월 한 달간 670여개 여헹사가 계약한 927건 중 891건(96%)이 이미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객 기준으로 8167명 중 7703명이다.
다른 시·도 사정도 비슷하지만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광주·전남지역이 가장 심각하다. 더욱이 무안공항 폐쇄 기한이 현장조사 등을 이유로 19일까지 더 연장되면서 여행업계는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금남로에서 여행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0)씨는 “무안공항발 여행상품 취소는 어쩔 수 없지만 열흘 넘게 해외 여행상품 문의 전화조차 걸려오지 않는다”며 “모처럼 무안공항이 활성화되는가 싶었는데 느닷없는 연쇄 악재로 설 연휴와 겨울방학 등 성수기를 앞두고 문을 닫아야 할 상황으로 돌변했다”고 호소했다.
광주관광공사는 3월 말까지 피해사례 접수창구를 운영하면서 구체적 상황을 파악한 뒤 지원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여력이 많지 않아 고심 중이다. 전남도 역시 총 20억원을 들여 여행업체 1곳당 300만원의 홍보 마케팅 비용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역부족이다. 일선 시·군과 함께 조성한 관광진흥기금 지원 규모도 120억원에서 160억원으로 늘렸지만 피해 업체가 워낙 많아 장기적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행업계 불황이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 때와 유사한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