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 목사의 우보천리] 지금은 선공후사의 때다

입력 2025-01-15 03:06

엘리야 얘기를 좀 하면서 글을 시작해 보자. 엘리야는 북왕국 이스라엘의 아합왕조에서 활약했다. 그와 아합은 정치적 종교적으로 숙적과 같은 관계였다. 아합에게 엘리야는 자신의 국정에 맞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백성을 선동하는 야당 성향의 종교지도자였다. 하지만 워낙 막강한 카리스마와 상징성을 갖고 있어 쉽게 제거할 수 없는 골칫거리이다. 반면에 엘리야에게는 아합이야말로 바알신을 섬겨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이스라엘을 혼합종교 나라로 만들어 나라를 어지럽게 만드는 장본인이었다. 엘리야는 기도해 이스라엘 하늘에 3년 6개월간 비가 내리지 않게 했다.

이는 아합에게는 꽤 정치적 치명상이었다. 봉건왕조 시대와 마찬가지로 엘리야 시대에도 하늘이 적절한 때에 비를 내리고 오곡백과를 무르익게 하며, 양과 소의 물을 대도록 하는 것은 전적으로 왕의 선덕 정치에 대한 천신(天神)의 인정으로 여겼는데 그 물이 끊긴 것이다. 결국 갈멜산의 대전투를 통해 엘리야는 큰 승리를 거두게 되고, 아합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런데 이때부터 엘리야가 정치적으로는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취하기 시작한다.

첫째, 자신의 눈에 나라의 원수와 같았던 아합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올라가 먹고 마시라’고 살펴주지를 않나(왕상 18:41), 왕궁으로 내려가는 왕에게 사환을 보내어 ‘큰비가 있을 것이니 걸음을 재촉하라’고 돌봐주고 챙겨준다.(왕상 18:44) 사람은 아직 밉지만 그는 여전히 이 나라의 군주요, 하나님의 기름 부음 받은 자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생각해서 지금 군주를 살펴주고 돌봐주는 것이다.

둘째, 이때부터 3년 6개월간 비 오지 않던 하늘에 비를 달라고 절박하게 매달린다. 지금 갈멜산 전투에 져서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아합시대를 끝낼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오히려 기사회생할 명분을 주는 것이다. 가뭄 끝에 비가 온다면 이것의 가장 큰 정치적 수혜자는 아합왕이다. 엘리야는 이를 알면서도 비를 달라고 기도한다. 왜일까. 선공후사(先公後私)이다. 비를 내려 회개해서 하나님께로 돌아온 자기 백성 전체를 이제 살리는 것이 아합왕조를 제거해 버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라와 백성 전체가 특정 왕조나 정파보다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적 비상계엄과 그 후의 탄핵 시국을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참으로 불안하고 착잡하다. 소위 정치를 한다는 사람 중에 그 어느 사람도 엘리야 같은 선공후사의 정신을 가진 이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파와 정략을 떠나 나라와 국민 전체를 상위의 가치로 생각하면서 정치하는 이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낭만적 양비론이 아니다. 이때야말로 윤 대통령부터 여당과 야당에 이르기까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엘리야같이 ‘어떤 것이 나라와 국민 전체를 위하는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걸음을 해야 한다. 그럴 때 불법적 비상계엄이 가져온 국가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다시 정상적 국가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교회는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고 나라를 위해 정말 깨어 기도해야 한다. 자칫하면 나라가 양분되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문안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