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고난은
당신의 시련 앞에서 안개와 같고
현재의 비극적 서사는
님이 당하신 고난의 서책의
첫 장도 채울 수가 없으리
당신이 쏟은 눈물은
겨울 강물이 되어 흘렀고
밤의 들길엔 야수의 울음소리가 가득하며
숱한 만남과 이별의 시계 초침 소리는
마지막 숨이 그치는 순간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당신의 이름의 뒤편에 서서
인생의 책장을 넘겨야 하리
그가 불의 용광로 속에서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순금 같이 되어
그분을 만날 것을 그리워하고 소망하며.
시인(새에덴교회)
성경의 욥기는 왜 의인이 고난을 받으며, 궁극적으로 그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명이다. 욥기의 목적은 고통의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며, 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능하신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르게 설정하기 위해 곤경 중에 고투하는 피조물의 올바른 길을 보여주는 데 있다. 그 고난이 너무도 혹독하지만, 시인은 욥의 입을 통해 ‘나의 비극적 서사’는 ‘님이 당하신 고난의 서책의 첫 장도 채울 수가 없으리’라고 말한다. 시인은 여기서 장차 이 세상에 올 그리스도의 고난을 앞당겨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 이름의 뒤편’에 서서 ‘인생의 책장’을 넘겨야 한다고 토로한다. 그러기에 시인은 너무도 널리 알려진 욥의 다음 고백을 시화(詩化)한다.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욥 23:10)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