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 없는 ‘서울의 봄’

입력 2025-01-15 02:18
게티이미지뱅크

건설업계가 새해 들어 수도권 핵심 지역의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눈앞에 뒀다.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생존’을 목표로 내건 가운데, 사업성이 높은 서울 강남권 등 ‘노른자 땅’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곳을 중심으로 물밑 경쟁까지 격렬해지는 조짐이 보인다.

올해 첫 격전지는 오는 18일 조합원 총회로 최종 승자가 결정되는 강북 재개발 최대어인 ‘한남4구역’이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일대를 재개발하는 공사비 1조5000억원 규모 프로젝트다. 국내시공능력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서울에서 17년 만에 맞붙는 수주전으로, 올 상반기 건설업계 최대 이슈다. 사업성이 좋고 향후 강남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의 전초전 성격도 강해 두 회사는 네거티브전(戰)을 불사하며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방배동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방배15구역 재건축사업도 건설사들이 눈독 들이는 핵심지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528-3번지 일대 8만4934㎡를 재정비하는 사업으로 지하 3층~25층, 1688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선다. 서울 지하철 2·4호선 이수역과 4·7호선 사당역 사이에의 ‘더블 역세권’ 입지다.

방배동 일대 마지막 남은 대형 사업장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달 20일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포스코이앤씨, 한신공영, 금호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극동건설, 진흥기업, 한양,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10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다음 달 27일이 입찰서 접수 기한이지만, 이미 주요 건설사들이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다.

‘고속터미널역 초역세권’ 신반포4차 재건축사업도 지난달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 경쟁 입찰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4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총공사비 1조310억원 규모 프로젝트다. 삼성물산·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금호건설·진흥기업이 입찰 참여 의향서를 냈다.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사업은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101-1 일대 12만354㎡ 용지에 지하 4층~지상 49층 규모 공동주택 2680가구를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예상 공사비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밖에 서울 개포주공6·7단지, 압구정2구역과 3구역, 여의도 대교아파트,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서울에 대어급 정비사업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주요 건설사들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주택통’을 배치하면서 수주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그룹 정기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정희민 건축사업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 대표는 포스코이앤씨에서만 20년 이상 건설 현장 경험을 쌓은 ‘현장통’으로 불린다. 그가 직전까지 총괄한 건축사업본부는 주택, 일반건축, 해외 건축을 모두 포함하는 핵심 조직이기도 하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도 ‘30년 건설맨’으로 현장 경험과 전략기획 전문성을 두루 갖췄다. 이 신임 대표도 지난 연말 정기인사에서 주택사업본부장에서 승진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새해 첫 외부일정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을 방문하며 노른자 땅 수주 경쟁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DL이앤씨도 지난해 8월 박상신 신임 대표이사 선임 이후 도곡개포한신 재건축, 자양7구역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는 한남5구역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에도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서울·강남 불패’라는 믿음이 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 중 청약 1순위 마감 비율은 50%가 채 안 됐지만, 서울은 96.2%를 기록하며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평균 경쟁률 1025.57대 1), ‘청담르엘’(667.3대 1) ‘래미안 원펜타스’(527대 1) 등은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