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수장이 서울에서 만나 탄핵 정국 및 트럼프 2기 출범 등 여러 변수 속에서도 한·일 관계는 굳건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사도광산 추도식 등 한·일 갈등의 뇌관이 돼 왔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양국 외교수장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또 한·일 외교장관이 공동기자회견에 나서는 건 14년 만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외교장관회담을 열었다. 조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일이 국교 정상화를 이뤄낸 지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우리의 대일외교 기조가 앞으로도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분명히 했고, 이와야 외무상도 한·일 관계를 중시한다는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 한·일 정상 간 교류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한국의 국내 정세 등 지역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아주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국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도 부각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안보 환경이 어려워지고 복잡해지는 국제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전달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조 장관은 “한·미·일 협력을 트럼프 1기에서 주요한 외교 정책으로 추진했기에 2기에서도 지속해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일은 최근 불거졌던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 등 과거사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뤘다. 조 장관은 “과거사로 인한 한·일 관계의 진폭을 줄여 나가겠다”며 “앞으로 추도식 문제는 일본과 진지하고 솔직하게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고, 여러 우려 사항을 회담에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야 외무상도 “양국 간 어려운 문제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 관계가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회담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하면서 관계 개선의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일본 외무상의 현충원 참배는 2018년 4월 고노 다로 당시 외무상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와야 외무상은 14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예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민지 박준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