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정계선 재판관 기피신청… “헌재 흔들기 의도”

입력 2025-01-13 18:56 수정 2025-01-14 00:07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건의 국회 측 변호인들이 첫 변론준비기일인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소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측이 13일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헌법재판소에 기피신청을 냈다. 법조계에선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유사한 신청이 기각된 만큼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의 헌재 심판 흔들기가 본격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정 재판관이 법원 내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며 기피신청을 냈다. 대리인단은 “정 재판관 배우자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로 활동하는데 재단법인 이사장이 국회 측 대리인단의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라고 덧붙였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기피신청 논의를 위해 14일 재판관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헌재가 재판관 기피신청을 인용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박 전 대통령 사건 때 대리인이 주심 강일원 재판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으나 헌재는 “심판 지연 목적”이라며 곧바로 각하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측 신청이 기피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 재판관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남편이 (김 변호사에게) 급여를 받는 관계도 아니고 인사권도 없고 오로지 사회적 활동을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윤 대통령 주장대로라면 앞서 윤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들이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게 더 공정성 문제 아닌가”라며 “결국 헌재 심판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헌재가 내란 사건 수사기록을 확보한 것도 적법 근거가 없다고 이의신청을 냈다. 그러나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윤 대통령 측 이의신청에 앞서 열린 브리핑에서 “당사자 신청에 의한 기록 송부 촉탁은 헌재법과 심판규칙에 근거해 문제가 없다”며 “박 전 대통령 심판 때도 유사한 이유로 이의신청이 기각됐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 측도 이날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수사 서류 확보가 헌재법 32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형두 재판관은 “헌재는 32조를 수사 진행 중인 기록 원본을 말한다고 해석한다”며 “심판규칙에 따라 헌재가 기록 인증등본(원본과 동일성이 인정된 사본)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상황과 관련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 심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헌재는 김정환 변호사가 낸 ‘재판관 임명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위헌 확인 사건에서 한 총리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측의 의견서 제출 기한을 30일 이내에서 7일 이내로 대폭 단축했다. 재판관 ‘9인 완전체’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내리기 위한 헌재의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형민 양한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