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거부권으로 가는 내란 특검법… ‘외환’ 추가안 법사위 통과

입력 2025-01-13 18:48 수정 2025-01-14 00:04
야6당 의원들이 발의한 두 번째 ‘내란 특검법’ 처리를 위해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손을 들어 토론 신청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발의한 두 번째 ‘내란·외환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표결 준비를 마쳤다. 국민의힘은 수사 대상에 외환 혐의가 포함된 것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여야 합의 추진을 거듭 요구한 상황이어서 ‘본회의 야당 단독 처리’→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재표결’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야당 단독으로 2차 내란 특검법을 의결했다. 여당 의원들은 수사 범위, 군사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 허용 조항 등에 반발하며 표결 전 집단퇴장했다. 이번 특검법은 1차 내란 특검법이 최종 부결된 지 하루 만인 지난 9일 발의됐다. 독소조항으로 꼽힌 야당 단독 특검 후보 추천과 비토권(재추천권) 등이 빠졌지만 새로 추가된 외환 혐의가 새로운 갈등 지점으로 떠올랐다.

여야는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도 외환 혐의 문제를 두고 부딪쳤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범위가 너무 넓고, 기간도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여당) 우려가 있어 이를 한정하고 특정했다”고 말했다. ‘분쟁지역 파병, 대북 확성기 가동 및 전단 살포 등을 통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일으키려 한 혐의’ 앞부분에 ‘비상계엄과 관련해’라는 문구를 넣어 수사 범위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늦어도 16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킨다는 기존 방침도 고수하기로 했다.

여당은 “위헌성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졸속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외환 혐의 추가와 관련해 “대한민국 안보 특수성을 망각한 자해적 행위이며, 북한이 크게 환영할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독소조항을 제거한 자체 ‘계엄 특검법’ 초안을 의원들에게 공유하고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공수처의 수사권 없는 수사, 불법체포영장 집행 논란 등을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자체안 필요성을 설명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특검 자체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독자 법안 발의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당 자체안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며 발의에 찬성하는 입장도 상당수 나왔다고 한다. 결국 마라톤 의총을 벌이고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찬반양론으로 갈렸다”며 “원내지도부에서 개개인에게 전화해서 확인한 후 (발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거듭 ‘합의 처리’를 강조했다. 그는 이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잇따라 예방한 자리에서 “위헌적 요소가 없는 특검법안을 여야가 함께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치권은 최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 없는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대표는 비공개 대화에서 “원내 정당 중 한 정당만 반대하고 있다. 전원 합의하라는 것은 월권”이라는 취지로 반박하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특검법안의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거나 파면되지 않는 이상 특검 출구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장군 이강민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