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속 가벼워진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을 달래주던 구내식당도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게 나타났다. 올해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 영향으로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점심값 급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소비자 물가지수는 121.01이었다. 2023년(117.38)에 비해 3.1% 상승한 수치다. 외식 소비자 물가지수는 3년 연속 3% 이상 상승세를 보였다. 2022년(7.7%), 2023년 (6.0%)보다 상승 폭은 줄었지만,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 증감률(2.3%)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직장인들에게 런치플레이션의 보루로 여겨졌던 구내식당 식사비가 크게 오른 점이 주목된다. 지난해 구내식당 물가는 전년 대비 4.2% 올랐다. 2023년에는 전년 대비 6.9% 오르며 200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높은 외식 물가 탓에 구내식당에 대한 직장인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구내식당 물가도 만만찮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구내식당 물가는 코로나19 이후인 2021년부터 4년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주요 외식 메뉴별로 보면 상승 폭이 가장 큰 것은 도시락(5.9%)이었다. 떡볶이(5.8%), 햄버거(5.4%), 김밥(5.3%) 순으로 이어졌다. 칼국수·치킨(4.8%), 냉면(4.2%), 쌀국수(4.1%) 등도 4%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비 걱정을 덜어주던 편의점 도시락 역시 가격이 올랐다. 편의점 도시락은 2019년부터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통계에 편입됐다. 상승 폭은 2020년 0.2%, 2021년 0.6%, 2022년 2.1%로 안정적 추이를 보이다 2023년 5.2%, 지난해 4.9%로 커졌다. 삼각김밥도 2022년 1.3%, 2023년 2.9% 지난해 3.7%를 기록하며 가격 오름세를 이어갔다.
외식 물가 상승은 기후변화, 고환율 등으로 주요 식재료 가격이 오른 영향이 크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격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5.9%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의 2배를 웃돈다.
편의점업계는 런치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직장인과 학생 등을 공략하기 위해 초저가 자체 브랜드상품(PB)을 선보이고 있다. CU는 이날 990원 삼각김밥을 출시했다. 이마트24도 최근 초저가 시리즈인 ‘상상의 끝’을 공개하며 ‘1900원 김밥’과 ‘3600원 비빔밥’을 선보였다.
초저가 제품이 나온다고 하지만 런치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식품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환율 급등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생산 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인 식품산업과 30~40%를 차지하는 외식산업에서 물가 인상의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