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유력 차기 주자로 떠오른 상황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12·3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는 대권 후보로 거론된 일도 거의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우선 김 장관이 탄핵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공세에 맞서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킨 모습이 강성 보수층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 유튜버들의 ‘김문수 띄우기’와 맞물리며 대안 리더십을 찾는 보수층을 흡수했다는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13일 ‘김문수 현상’에 대해 “최근 한 달 새 여론조사에서 보수 집결 흐름이 보이는데, 그중 다수가 김문수를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지지층의 우경화 심화 현상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6일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김 장관은 2%를 얻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좁혀도 5%에 머물렀다. 그런데 한 달 만인 지난 10일 조사에서 김 장관 선호도는 8%로 6% 포인트 급등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6%), 홍준표 대구시장(5%), 오세훈 서울시장(3%) 등을 모두 추월한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김 장관 선호도는 20%로 직전 조사보다 15% 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여권은 강성 보수층의 쏠림 효과가 도드라졌다고 분석한다. 김 장관은 여권의 차기 주자 중 이념 스펙트럼이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장관은 특히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국회 긴급 현안질의 때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거듭된 기립 사과 요구를 홀로 거부해 강성 보수층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탄핵 정국에서 위기감이 커진 보수 지지자들이 ‘대야 전사’ 이미지를 지닌 그를 출구로 택했다는 것이다.
보수 유튜브 채널의 영향력도 김 장관의 지지율 상승 동력으로 거론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보수 유튜버들이 차기 대권 주자로 김 장관을 적극 띄우고 있는데 보수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대통령 후보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파괴력을 가진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장관의 지지율 수치가 ‘착시’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금으로선 의미 없는 조사”라며 “조기 대선 국면이 오면 실제로 경쟁력 있다고 판단한 인사 쪽으로 여론이 확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른 여권 후보들과 압도적 차이가 나는 게 아니라면 과도하게 의미 부여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 본인은 아직까지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고용노동부 기자간담회에서 “나 같은 사람은 노동부 일만 잘하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돼야 하는데 대선 후보로 오르내리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