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내일 저녁 7시 회식인데 고깃집으로 알아서 예약하고 알려줘.” 이 업무를 맡은 건 인공지능(AI) 비서다. 저녁 식사 예약을 완료한 AI 프로그램은 휴대전화로 보고도 마쳤다. 생성형 AI가 단순한 정보제공을 넘어 일상 전반을 관리하는 비서로 발전하면서 스타트업업계에서도 관련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13일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들이 올해 스타트업 트렌드로 ‘AI 비서’를 꼽았다고 보도했다. AI 비서는 사용자의 명령을 이해하고 직접 사람처럼 실행에 옮기는 것이 특징이다. 텍스트로 사용자가 물어본 것에 대답하고 미리 학습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AI 챗봇과 다른 지점이다.
AI 비서 스타트업 가운데 바피는 떠오르는 기업이다. 2023년 설립된 바피는 AI 비서를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단순한 고객 서비스 응대뿐 아니라 기업이 잠재 고객에게 먼저 연락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영업 방식인 아웃바운드 전화까지 가능하다. 바피는 비즈니스 환경 맞춤 AI 비서를 생성하고 테스트해 배포할 수 있는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병원에서 전화를 받고 환자의 진료를 예약하는 AI 비서를 만드는 식이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 2000만달러(약 294억2200만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코그니션 랩스와 웨이브폼 등 바피보다 앞서 AI 비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도 투자를 유치했다. 코그니션 랩스는 1억7500만 달러(약 2574억750만원)의 투자를 유치해 20억 달러(약 2조9418억원)의 기업가치로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코그니션 랩스는 코딩에 특화된 AI 비서를 만든다. 자연어로 명령하면 개발자처럼 단계별로 계획을 수립하고 스스로 코딩하면서 발생한 문제를 스스로 수정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웨이브폼은 사람과 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AI 비서다. 사람의 말투와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 사용자가 망설임, 주저함 등 감정 기복을 보인다면 AI가 다독이는 등 유연하게 대화할 수도 있다. 웨이브폼은 초기투자로 4000만달러(약 588억4000만원)를 받았다.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직접 사람과 대화하는 음성형 AI 비서를 출시한 곳은 없다. 다만 생성형 AI를 고도화해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발전시킨 AI 챗봇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SK텔레콤이 ‘에스터’(Aster)를 최근 ‘CES 2025’에서 선보였다. 에스터는 이용자 계획을 추천해 예약과 결제를 스스로 해낸다. 오는 3월 북미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