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단일대오’ 흔들기… 공수처 “손배책임에 연금제한”

입력 2025-01-13 18:33 수정 2025-01-14 00:02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1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순찰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국방부와 경호처에 전날 밤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을 앞두고 대통령경호처와 국방부에 경고성 공문을 보냈다. 집행을 막아설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다. 경호처 직원들에게는 ‘상부의 위법한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직무유기죄 등 형사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유화책도 내놨다. 체포 계획을 막바지 검토 중인 공수처와 경찰은 이르면 오는 15일 영장 재집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공수처는 경호처 경호본부장, 기획관리실장, 경비안전본부장 등 6명에게 경호처 구성원들이 적법한 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공문을 12일 보냈다고 13일 밝혔다. 공수처는 국방부에도 경호처 파견 국군장병(33군사경찰대, 55경비단 등)이 관여돼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지휘부에 사전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31일 경호처에 경고성 공문을 보낸 지 사흘 만인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공수처는 이번 2차 공문에는 국가공무원법,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공무원 자격 상실 및 재임용 제한, 연금 수령 제한 등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호처 직원들을 향해선 언론 공지 형식으로 “영장 집행을 막으려는 위법 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직무유기죄 성립 등 피해는 없을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공수처와 경찰은 경호처 직원들이 상부 명령 불이행으로 고발돼도 처벌하지 않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익에 대한 경고와 함께 유화책을 펴면서 현장에 있는 경호처 직원들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강경파로 알려진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과 다른 간부들 사이 이견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단일대오’를 흐트러뜨리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공수처는 최근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심 군사법원에서 항명 혐의 무죄 판결을 받은 점, 위법성이 명백한 명령엔 복종할 의무가 없다는 다수의 법원 판례들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경호처 직원들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도 부당한 지시는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호처 직원의 부당지시 거부법 6문 6답’을 배포했다. 차 교수는 “(영장 집행 저지 지시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회피라는 부당한 이익을 위한 불법 지시”라며 “공무원 행동강령은 부당지시에 대해 사유를 상급자에게 소명하고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수사 상황 등과 관련해 5차례 입장문을 내고 “체포영장 집행은 불법”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경찰이 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공무원 신분증을 착용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얼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